[사설] 평양에 '노무현' 이름 석자 남기려 그 난리를 쳤다니

      입력 : 2008.02.14 22:50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대선 하루 전날인 작년 12월 18일 평양에 들고 간 '노무현 표지석(標識石)' 소동의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남북은 작년 정상회담 때 양쪽 정상이 기념식수를 하고 그 자리에 250㎏짜리 표지석을 세우기로 합의했다 한다. 그러나 이 표지석은 설치하지 못했다. 일부 언론은 북한이 표지석 크기가 너무 크다고 퇴짜를 놨다고 하고, 청와대는 기념식수장에 김정일 위원장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심한 것은 평양에 '노무현' 이름 석 자를 남기고 싶은 청와대의 미련이 얼마나 컸기에 할 일 많은 나라의 최고 정보 책임자인 국정원장이 조그만 돌덩어리 하나를 들고 평양을 찾고, 그 문제로 두 달 이상 북측과 재협상이니 하며 밀고 당기기를 거듭해온 나라의 꼴이다. 그 결과 돌 크기를 75㎏짜리로 줄이고, 문구도 '정상회담 기념'이 아닌 '평양 방문 기념'으로 바꾸는 것으로 낙착됐다고 한다.

      이 표지석이 있든 없든 남북관계엔 아무런 영향이 있을 수 없다. 그나마 어디 있는지 잘 보이지도 않을 작은 돌덩이에 '정상회담'이란 말도 쓰지 못하게 됐다. 사정이 이 지경이 됐다면 대통령이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표지석 설치 욕심을 접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김 전 원장은 대선 전날 이 돌덩이를 들고 직접 평양에 갔다. 노 대통령이 가라고 했으니 갔을 것이다. 정상회담을 하고서 기념식수한 자리에 제 이름 새겨진 돌 하나 놓겠다고 나라의 정보기관과 그 책임자를 이렇게 부린 정권은 세계에 없을 것이다.

      국정원장이 표지석 하나 설치하러 대선 전날 북한에 가 그 쪽 대남 총책인 통일전선부장을 만났다는 것은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나라꼴이 말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코미디라고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평양에 이름 석 자를 남기려고 대한민국 대통령과 그 수하의 국가정보원장이 이렇게 북에 엎어져 매달린 게 사실이라면, 이것은 2003년부터 2008년 사이의 비정상적 남북관계가 빚어낸 대한민국 국가 비극이다.

      노 대통령은 김 전 원장이 사표를 내자 27일 동안이나 수리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다. 이제 보니 그럴 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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