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브리핑, 국정브리핑 등 정권홍보용 온라인 매체를 없애겠다던 새 정부의 원칙이 흔들리는 것일까. 국정브리핑을 제작하는 국정홍보처 직원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정브리핑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며 개선책을 마련해 계속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새 정부는 국정홍보처 기능을 문화관광부로 흡수·통합할 것이 아니라 아예 홍보처 기능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관영매체의 유혹에 빠지나

지난 5년간 청와대브리핑·국정브리핑 같은 관영매체는 정책설명보다는 정부의 자화자찬과 비판언론 공격에 앞장섰다. 청와대브리핑은 노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가 신문에 나오면 "차라리 백지를 내라" "하이에나"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 같은 자극적 표현을 써 가며 비난했다.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은 작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2003년 3월부터 4년간 청와대브리핑 내용을 분석한 결과 언론과 야당 비판이 전체의 55%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작년 하반기 취재봉쇄 조치를 강행하면서 관영매체의 주요 역할은 언론과의 싸움으로 변했다. 국정홍보처가 발간하는 국정브리핑에 당시 올라온 글 제목은 '특권적 편의에 사로잡힌 언론의 궤변' '팩트는 없고 주장만 하는 언론권력' '아직도 구악의 유혹을 느끼는가' 등으로 감정이 넘쳐흘렀다.

그러던 국정브리핑이 대선 이후에는 이명박 당선자를 위한 매체로 변신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이명박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관한 홍보 기사로 채우고 있다. 2월 12일 현재 국정브리핑 사이트의 톱기사는 '정부조직개편, 힘들더라도 꼭 가야 하는 길'이라는,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안 관련 담화문이다. 우측 상단엔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금'이란 고정 코너를 만들어 놓았다.

◆청와대브리핑·국정브리핑 폐지 촉구 목소리 높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등 비판 언론과 재임기간(1969~1974년) 내내 싸웠다. 닉슨은 자신의 생각을 언론사가 왜곡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내 메시지를 한 자도 틀리지 않게 국민에게 전달하겠다"며 민간단체, 여론 지도자와 대학, 전국 1700개 신문사와 수천 개 라디오, 지역 TV방송국 등에 직접 우편물을 발송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별로 효과가 없었고, 결국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

전남식 시사저널 편집인은 '대통령과 언론통제'란 책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닉슨의 언론 정책은 판박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언론과 싸우면서 언론을 믿지 못해 직접 1300만명에게 정책홍보물과 해명자료를 이메일로 보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닉슨보다 한발 더 나아가 청와대브리핑, 국정브리핑 같은 관영 인터넷 매체를 만들었다. 언론 보도에 수동적으로 방어만 하지 말고 청와대와 정부가 기사를 만들어 제공할 뿐 아니라, 기성 매체의 보도에 직접 대응하자는 것이었다.

현재 백악관도 인터넷 사이트(white house.gov)에서 뉴스난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 뉴스는 청와대브리핑이나 국정브리핑과 전혀 다르다. 맘에 들지 않는 언론보도를 공격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통령 발언이나 기자와의 일문일답 등을 대부분 기사 형태로 가공하지 않은 채 원문 그대로 뉴스난에 올려놓았다. 말하자면 "여러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2008년 경제브리핑을 발표하겠습니다. 발표 후엔 질문을 받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식이다.

2월 12일 현재 가장 위에 올라와 있는 뉴스는 '부시 대통령 2008년 경제 리포트에 사인하다(President Bush Signs 2008 Economic Report)'라는 내용이다. 미 국무부 사이트의 운영방식도 이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