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깨끗해도 탈?

조선일보
  • 김윤덕 기자
    입력 2008.02.12 22:39

    이탈리아 소아학 콘퍼런스서 제기 "아이들 알레르기 위험성 커져"

    알레르기가 무서우면 아이를 더럽게 키워라?

    "너무 깔끔 떨며 키워도 잔병치레 많다"고 귀띔하던 옛 할머니 말씀이 아니다.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소아학 콘퍼런스에서 나온 주장. 연합뉴스는 11일 이탈리아 ANSA 통신을 인용, 로마 밤비노 게수 병원의 알베르토 우가치오 박사가 "지나치게 깨끗하게 키운 아이들이 오히려 알레르기 병원균에 대한 항체를 얻지 못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우가치오 박사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 어린이 10명 중 3명꼴로 여러 종류의 알레르기를 앓고 있으며, 이는 어린이들에게 지나치게 깨끗한 위생 환경을 제공한 어른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 그는 "세균 및 박테리아와 자연스럽게 접촉해야 어린이들의 면역 체계가 강화된다"면서 "아이를 날마다 목욕시키지 말고 1주일 2번 정도 시키라"고 충고했다. 이 통신은 콘퍼런스에 참석한 많은 소아과 의사들이 "알레르기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점점 더 식품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고 별 것도 아닌 사소한 문제들에 '알레르기'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데 공감했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안강모 교수는 이를 '위생가설'로 설명한다. 위생가설이란 후진국일수록 감염성 질환의 발병률이 알레르기 질환보다 높고 위생이 깨끗한 선진국일수록 알레르기 질환이 높다는 역학 조사 결과를 설명하는 여러 가설 중 하나. 감염성 질환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면역체계와 알레르기 질환으로부터 보호하는 면역체계는 서로 역비례 한다는 것이 이 가설의 핵심이다. 두 체계가 균형을 이루면 문제가 없지만 한쪽으로 치우치면 감염성 혹은 알레르기 질환이 나타난다는 것.

    그러나 위생가설은 최근 들어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영동세브란스 병원 소아과 김규언 교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같은 후진국에 천식 환자들이 많은 이유를 위생가설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이미 알레르기와 천식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위생가설은 적용되기 힘들다. 안강모 교수는 "천식을 앓는 아이를 더러운 위생 환경에 방치하면 폐렴이 생겨 병세가 더욱 악화되고 아토피 아이는 피부가 더러워지면 2차 감염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목욕의 횟수, 운동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아이의 건강 상태에 맞게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언 교수는 소아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모유 수유 ▲집먼지·진드기 없는 깨끗한 실내환경 ▲어른들의 금연 ▲실내에서 동물 기르지 않기 ▲자연친화적 환경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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