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경고·조짐 여러번 무시당해

입력 2008.02.12 01:35 | 수정 2008.02.12 09:40

서울역 노숙자 "2층에서 불피워 놓고 잔 적 있어"

숭례문(남대문) 화재 가능성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관리 당사자인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이를 소홀히 여겨 국보 1호가 불에 타버리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심지어 서울역 주변 일부 노숙자들은 숭례문을 집 삼아 살기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11일 오후 11시쯤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노숙자 박모(35)씨는 "서울역 주변 노숙자 중에서도 남대문 2층에서 자주 잠을 자는 사람들이 5~6명 정도 있었다"며 "나도 겨울에 추워서 깡통에 나무 조각, 합판 등을 모아 불을 피우고 그곳에서 잔 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신참' 노숙자들이 서울역 대합실이나 지하도에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숭례문에서 잠을 잤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또 "남대문에서 자는 노숙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다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숭례문이 경비가 허술해 화재 위험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해 한 시민이 문화관광부 홈페이지를 통해 지적했었다. '경복궁을 29번 탐사한 22세 청년'이라고 밝힌 중국에서 유학 중인 김영훈씨는 작년 2월 24일 문광부 홈페이지에 올린 '존경하는 장관님께'라는 제목의 글에서 "숭례문 경비 체제가 허술해 조만간 누가 방화를 저지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숭례문 근처를 지나다가 노숙자들이 '확 불 질러 버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며 "숭례문 개방은 바람직했지만 경비가 너무 안 되어 있다. 실무자들은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현장에 한번 나가봐 달라"고 당부했다.

취객이 숭례문에 무단 침입한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1991년 8월엔 만취한 50대 남성이 훔친 승용차로 숭례문 철제 출입문에 충돌하기도 했고, 1997년 2월엔 만취한 30대 남성이 일본인 관광객 2명과 함께 숭례문 통제구역에 침입했다가 체포된 적도 있었다. 2006년 숭례문이 일반에 공개된 이후에는 무방비나 다름없는 상태로 노출돼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문화재 관리 당국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2005년 4월 낙산사 동종(보물 479호)이 불타 버린 이후 문화재청은 주요 목조 문화재가 화재로 소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재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정작 국보 1호인 숭례문은 우선 순위에 밀려 방재 시스템이 설치되지 못했다. 서울시도 평일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경비원 3명을, 일요일과 공휴일엔 1명만 숭례문에 배치하고 오후 8시 이후엔 무인 경비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결국 일요일인 10일 화재 발생 시각 숭례문은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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