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멓게, 우리 가슴도 타들어갔다

입력 2008.02.12 01:24 | 수정 2008.02.12 03:27

국보 1호 숭례문 全燒
소방당국, 문화재청의 "적극진화" 요청 받고도 2시간 물만 뿌려
라이터 2개 발견… 경찰 "방화 전과 용의자 1명 붙잡아 조사중"

숭례문(남대문)이 화재로 전소(全燒)되며 붕괴한 것은 소방당국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불을 꺼달라"는 통보를 받고도 2시간 5분 동안이나 시간을 허비하며 소극적인 진화로 일관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숭례문을 관할하는 서울중부소방서가 지난해 4월 화재발생에 대비해 숭례문 현장에서 가상훈련을 실시했음에도, 실제 화재가 발생하자 전혀 실질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본지가 입수한 서울중부소방서의 화재 당일(10일) 상황일지에 따르면 소방당국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숭례문이 훼손돼도 상관 없으니 적극적으로 불을 꺼달라"는 통보를 받은 것은 오후 9시35분이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그보다 2시간 5분 뒤인 오후 11시40분에서야 기와지붕의 목조건물 진화에 필수적인 지붕 해체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오전 화마가 휩쓸고 간 뒤 숭례문(위 사진)의 모습. 이전의 모습(아래 사진)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처참한 폐허만 남았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서울 중구청의 내부 보고서에서도 소방당국은 화재 초기 기와지붕에만 물을 뿌리는 간접진화만 하다가 오후 10시가 돼서야 내부 기둥에 물을 뿌리는 직접 진화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방당국 고위 관계자는 "화재 초기 문화재라서 조심스럽게 진화하다가 오후 10시20분부터 누각 내부에 있던 소방대원들을 밖으로 빼내 지붕 해체 작업 준비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중부소방서는 지난해 4월 숭례문 현장에서 '가상 화재훈련'을 벌였으나,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위치만 확인하는 등의 형식적 훈련만 하고 목조문화재에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진화할지 실전 훈련은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소방당국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숭례문 내부 구조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화재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날 용의선상에 올라 있는 10여 명의 방화 전과자 중 1명을 붙잡아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화도 화점면에서 방화 전과자 채모(70)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채씨는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지른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는 방화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회용 라이터 2개와, 철제 사다리 2개를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조사를 의뢰했다.

검찰도 이날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수사반을 편성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주태 형사3부장이 반장을 맡고 검사 4명이 참여, 경찰의 현장 감식과 화재 원인 규명 수사를 지휘하기로 했다.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한 우리나라 국보 1호 서울 중구 숭례문이 시커먼 잿더미로 변했다. /이재호 기자 superj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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