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왜 지키지 못했나" 네티즌들 성토

입력 2008.02.11 11:52 | 수정 2008.02.11 13:28

“민족의 자긍심을 심어주었던 국보 1호인 숭례문을 어째서 지키지 못하신 겁니까?”

국보 1호인 서울 남대문로 숭례문의 화재와 함께 온 국민의 가슴도 새까맣게 타버렸다. 일반 국민들은 “믿겨지지 않는다”며 “도대체 국보 관리를 어떻게 한 거냐”며 망연자실한 반응을 보였다. 11일 오전 숭례문을 찾은 한 시민은 "임진왜란 때도 지켰던 국보 1호를 잃은 것은 민족 정신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울먹였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마찬가지.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와 문화재청 홈페이지엔 허술한 문화재 관리를 비판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특히 문화재청 홈페이지는 네티즌의 방문이 폭주하면서 오전 1시부터 8시까지 7시간 동안 다운되기도 했다.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한 우리나라 국보 1호 서울 중구 숭례문이 시커먼 잿더미로 변했다/사진부 vj 이재호 기자 superjh@chosun.com

작년 6월 서울역 앞 대우빌딩에서 근무를 하며 처음 숭례문을 봤다던 김광선씨는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에 “365일 내내 가게 일이 바빠 쉬지 못해 아직 숭례문을 보지 못한 부모님을 조만간 모시고 가려고 했는데 왜 지키지 못했느냐”며 “이 글을 쓰는 내내 눈물이 난다”고 적었다.

한 포털사이트에 아이디 ‘ejpo70’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60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수많은 대한민국 백성들과 함께 해 왔을 숭례문은 이제 그 생을 마감했다”며 “많은 전쟁을 거치며 고난과 역경에도 꿋꿋이 그 자리를 지켰던 우리의 국보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내는 것만큼의 슬픔을 느꼈다. 도대체 이 나라는 자기 것들을 왜 지켜내지 못 하는 것일까”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와 문화재의 부적절한 관리를 상세히 분석하는 글을 올리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민노씨’란 아이디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누가 남대문을 붕괴시켰나: 남대문과 조직적 재앙시스템’이란 글에서 “이번 화재는 KT텔레캅, 중구청과 서울시, 소방당국문화재청의 조직적 과실이 낳은 재앙”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숭례문 경비업체인 KT텔레캅이 “사건 발생 당시 소방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며 “더 어처구니없는 건 경비의 기본 중 기본인 CCTV조차 설치되지 않았고 적외선 감지기가 6개뿐인 점, 국보 1호인 숭례문을 일주일에 5회밖에 순찰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중구청과 서울시에 대해선 2006년 7월 3일부터 숭례문을 개방만 하고 위험에 대한 대비 및 관리를 소홀히 한 점을 비판했고 소방당국이 초기진화에 성공한 줄 알고 잔불 잡는 작업을 하다가 내부에 있는 불씨를 잡지 못한 점, 문화재청이 사태의 심각성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소방당국에 ‘훼손 위험’을 강조하며 지붕을 뜯는 소방작업을 못하게 한 것 등을 비난했다.

적절치 못한 화재 진압을 지적하는 글도 이어졌다. 아이디 ‘파란토마토’씨는 “초기에 기와를 뚫고 물을 뿌려야 하는데 적절한 대응을 못해 물이 건물 내부에 닿지 못해 진화되지 못했고 진화 작업 1시간 뒤쯤 불이 상당부분 잡힌 것으로 보고 외부에서 대형호수로 쏘아대던 진화작업을 중단했다”며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불러온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소방방재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이동우씨는 “국보 1호인 숭례문에 화재가 났다고 TV에서 본 게 오후 8시 50분이었고 잠시 후 불이 잡혔다고 보도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5시간 동안이나 형식적인 진화만 한 소방방재청에 회의가 든다”고 썼다. 정원영씨는 “지붕 위에 물을 아무리 많이 뿌려봤자 다 흘러내리고 만다”며 “고가 사다리차를 지붕에 접근시켜 곡괭이로 구멍을 내 소방호스를 집어넣든가 건물 해체를 해서 접근해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소방당국을 맹비난했다.

또 1년 전 문화관광부 홈페이지에 숭례문의 방화 가능성을 경고하는 글이 올라왔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네티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작년 2월 24일 문화관광부 민원게시판인 ‘나도 한마디’엔 “숭례문 개방은 바람직했으나 너무 경비가 돼 있지 않다”며 “조만간 잘못하면 누가 방화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경복궁을 29번 탐사하고 현재 중국에서 유학 중이라고 밝힌 당시 22살의 김모씨는 “숭례문 근처에서 노숙자들이 ‘확 불질러버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눈물로써 호소하니 성의 있게 봐달라”고 적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정치쟁점화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시장 재임 당시 문화재를 시민에 공개한다고 "http://focus.chosun.com/issue/issueView.jsp?id=96" name=focus_link>청계천 복원과 맞물려 진행됐던 일”이라며 “전시성 행성이 초래한 예견된 인재”라고 썼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 같은 정치적인 글과 관련, “숭례문이 방화로 전소됐는데 이런 식의 글을 쓰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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