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쓰레기에 동해가 골병든다

조선일보
  • 박은호 기자
    입력 2008.02.11 01:06

    온갖 폐기물 버려 일부 바닷물은 공업용수로도 못쓸 만큼 오염

    ● 해양硏 정밀 환경조사
    동해정 24개 지점 바다밑 수질 20%가 최하등급에도 못미쳐
    납·카드뮴등 중금속 대거 포함 "자연 정화, 100년 넘게 걸려"

    동해가 '폐기물 해양투기 구역'의 환경오염으로 골병들고 있다. 온갖 폐기물을 바다에 갖다 버리는 바람에 해양 투기구역 내 일부 지역의 밑바닥 부근 바닷물은 공업용수로도 쓰지 못할 만큼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폐기물 해양투기를 중단해도 이 구역이 자연적으로 복원되려면 최소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화호에 버금갈 만큼 오염됐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작년 한 해 동안 울산 남동쪽 63㎞ 지점에 있는 '동해정 해양투기 구역'(총면적 1616㎢)에 대해 정밀 해양환경 조사를 실시했다. 동해정 구역이 해양오염방지법상 '폐기물 투기장'으로 설정된 것은 1993년이지만, 그 이전인 1988년부터 이미 해양투기는 시작됐기 때문에 이 구역에 대한 환경조사는 20년 만에 처음 이뤄진 것이다.

    해양연구원이 동해정 구역 24개 지점에서 바다 밑바닥 근처의 수질상태를 조사한 결과, 총질소(TN) 기준으로 5개 지점(20.8%)의 수질이 '등급 외' 수준이었다. 해역수질등급은 총 질소의 농도가 1PPM 이하일 경우 1~3등급으로 분류하는데, 21%가량은 최하등급에도 못미칠 만큼 수질이 나쁜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픽= 김태욱 기자 wook1234@chosun.com
    9개 지점(37.5%)은 선박 정박용이나 공업용수로 쓸 수 있는 3등급이었고, 물고기들의 서식이나 양식, 그리고 해수욕에 적합한 1등급과 2등급 수질은 각각 1곳과 9곳으로 모두 합해 41.7%에 불과했다. 해양연구원 관계자는 "이 구역에 질소성분이 많이 포함된 음식쓰레기가 대거 버려졌기 때문"이라며 "또 다른 투기허용해역인 동해병 구역과 서해병 구역도 비슷한 수준으로 오염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질오염 지표인 화학적산소요구량(COD)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등급 외(4PPM 초과)와 3등급(2~4PPM 이하)인 경우가 9개 지점(37.5%)에 달했다. 동해 바다 한가운데의 수질등급이 시화호의 수질(2006년 현재 COD 4.7PPM)에 버금갈 정도로 악화된 상황인 것이다.

    ◆"자연적인 오염 개선에 100년 넘게 걸려"

    문제 구역의 바닷물 수질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다 밑바닥 퇴적물이다. 해양연구원에 따르면 1991년부터 작년까지 17년간 동해정 구역에 버려진 폐기물의 총량은 2352만3000t. 15t 트럭으로 치면 157만대 분량의 폐기물이 그간 바다 밑바닥에 깔렸거나 해수에 희석돼 바다 속을 떠돌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폐기물 속에는 납과 카드뮴, 수은 같은 인체와 생태계에 치명적인 유해 중금속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이런 유해 중금속은 퇴적물 1㎏에 수십㎎만 포함돼도 생태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해양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16년간 동해정 지역에만 4만2800t 분량의 중금속이 바다 밑바닥에 깔려 있거나, 플랑크톤이나 물고기의 몸속으로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됐다"며 "장래에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오염된 폐기물 투기해역을 복원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포항에서 동쪽으로 125㎞ 떨어진 동해병 구역(총면적 3700㎢)에 대해 해양연구원이 '환경복원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폐기물을 더 버리지 않더라도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최소한 10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광주대 양성렬 교수는 "동해와 서해에 대한 폐기물 투기를 즉각 중단해야 하며, 환경 복원을 위한 신기술 개발 같은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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