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속구' 최대성, 자신감과 꾸준함이 '절대 과제'

입력 2008.02.03 13:26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해 시즌초 프로야구의 화제는 롯데가 자랑하는 ‘파이어볼러’ 최대성(23)이었다. 시즌 초반 롯데 돌풍의 주역이 바로 불펜에서 특급 셋업맨으로 맹활약한 최대성이기 때문이었다. SK 김성근 감독, 삼성 선동렬 감독 등 칭찬에 인색한 적장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최대성의 구위를 높이 평가하며 치켜세웠다. 그러나 롯데의 돌풍이 끝나는 순간 최대성의 돌풍도 끝났다. 빛의 속도를 다투는 광속구였지만 빛의 속도만큼 최대성의 위력도 오래가지 못했다.

▲ 김인식의 지적

지난해 5월15일 삼성과 대전 홈경기를 앞둔 한화 김인식 감독에게도 화제는 자연스럽게 최대성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김 감독은 굴비 엮듯 이어지는 최대성 칭찬에 제동을 걸었다. 김 감독은 냉정하게 평가했다. 김 감독은 “최대성의 높은 볼에 손이 나가는 타자들이 문제다. 처음부터 안 치기로 마음 먹고 가만히 서있으면 볼넷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화는 최대성으로부터 가장 많은 볼넷(8개)을 얻어낸 팀이었다. 최대성의 상대팀 방어율이 가장 높았던 팀도 바로 한화(4.50)였다. 한화는 롯데의 천적이기도 했지만 최대성의 천적이기도 했다.

김 감독이 지적하기 전까지 최대성은 말 그대로 언히터블이었다. 김 감독이 ‘최대성 공략법’을 누설하기 전까지 최대성은 2승3홀드 방어율 0.96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후 3경기에서도 최대성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5월18일 사직 한화전에서는 김 감독이 보는 앞에서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당시까지 19경기에 등판한 최대성은 3승4홀드 방어율 0.81이라는 놀라운 위력을 이어갔다. 피안타율은 겨우 1할3푼3리에 불과했고,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72였다. 볼넷도 9이닝으로 환산하면 2.7개밖에 되지 않았으며 9이닝당 탈삼진은 무려 8.37개에 달했다.

그러나 최대성에게 5월18일 한화전은 결과적으로 터닝포인트였다. 당시 경기에서 7명의 한화 타자 중 6명은 최대성의 공에 헛스윙하지 않았다. 최대성은 “칠 테면 쳐봐라 하고 가운데로 넣었는데 진짜 안 쳤다. 김인식 감독님한테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섭섭하기는 하다. 한 선수가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며 농담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이후 최대성은 정말로 죽어버렸다. 바로 다음 등판이었던 5월22일 광주 KIA전에서 볼넷 2개를 기록한 채 2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5월31일 사직 한화전에서는 1⅓이닝 동안 볼넷 3개 3실점으로 자멸했다.

시즌 첫 19경기와 달리 마지막 22경기에서 최대성은 예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2패4홀드 방어율 5.25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피안타율은 무려 2할7푼4리로 치솟았고,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1.71로 급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내준 볼넷을 9이닝으로 환산하면 6.0개에 달했다. 9이닝당 탈삼진은 8.25개로 차이가 없었지만 이미 최대성의 제구력은 다시 무너진 상태였다. “설령 혹사한다 해도 좋다. 마운드에 자주 오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라던 최대성의 앳된 얼굴에도 어느덧 환한 미소는 사라지고, 수심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최대성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 자신감과 꾸준함

비록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지만 지난해 최대성의 표면적인 성적은 매우 훌륭하다. 4년차로서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경기(41)·투구이닝(57⅓)을 소화하며 3승2패7홀드 방어율 2.67이라는 수준급 성적을 올렸다. 6월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즌 초반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6월 이후 하락세로 자신감을 잃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지난해 7월 잠깐 2군에 내려갔던 최대성은 2군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4경기 방어율이 무려 24.30으로 롯데 투수 가운데 최악이었다. 3⅓이닝 동안 볼넷만 10개를 남발했다. 자신감을 잃은 탓이었다.

최대성에게 자신감은 제구력보다도 갖기 어려운 문제였다. 자신감과 제구력은 어느 정도 비례하는 부분도 있다. 지난 시즌 초반 최대성은 “예전에는 볼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성준 투수코치는 그런 최대성에게 “국내 내로라 하는 타자들도 네 볼은 못 친다. 마운드에서 후회없이 던져라”고 자신감을 북돋아주었다. 시즌 초반에는 0점대 방어율을 이어가며 자신감이 두둑한 피칭을 했다. 그러나 이후 약점이 분석되자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제구도 되지 않았고, 마운드에서 감정 조절도 안 됐다. 오히려 타자들은 그런 최대성을 두려워했다. 제구가 되지 않는 최대성의 공이 혹여나 몸에 맞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2008년 최대성의 최대 과제는 역시 자신감이다. 최대성은 지난해 5월10일 문학 SK전에서 시속 158km를 던진 엄청난 파이어볼러다. KIA 한기주가 시속 159km를 던지며 최대성의 기록을 곧바로 넘었지만, 최대성이 한기주와 국내 최고 광속구를 다툰다는 사실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자신감을 가진다면 꾸준함을 얻을 수 있다. 광속구 투수들은 제구가 조금 흔들리더라도 구위만으로도 보완이 가능하다. 지난해 시즌 초반 최대성이 그랬다. 짧은 성공이었지만 최대성에게는 분명 의미가 큰 성공이었다.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꾸준함을 이어갈 여지는 크다. 페르난도 아로요 신임 투수코치가 최대성이라는 가능성 넘치는 투수를 얼마나 가다듬을지도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롯데로서는 올 시즌 어느 때보다 최대성의 활약이 절실하다. 지난해 그럭저럭 마무리 역할을 해주었던 호세 카브레라가 재계약 실패로 돌아갔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마티 매클레리는 선발투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당장 마무리 자리가 공석이 됐다. 최대성도 당당히 신임 마무리 후보 중 하나로 올라있다. 강병철 전 롯데 감독은 최대성에 대해 “오로지 야구밖에 모르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 평가대로라면 최대성이 올 시즌 거인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해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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