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소수 언어의 죽음

조선일보
  • 유석훈 교수·고려대 언어
    입력 2008.02.02 01:09 | 수정 2008.02.03 03:14

    ● 마지막 '에약語' 사용자 사망

    세계에서 단 1명뿐이던 알래스카 에약어 구사자가 89세로 사망했다고 영국 BBC 인터넷판이 25일 보도했다. 사망한 마리 스미스 존스(사진)의 생존 자녀 7명은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를 구사하면 잘못된 것으로 간주되던 시대에 성장했기 때문에 한 명도 에약어를 구사할 줄 모른다. ―연합뉴스 1월 25일 보도

    언어도 인간처럼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 사멸 위기에 처하기도 하는 것이다. '사멸 위기 언어'란 더 이상 후손들이 해당 언어를 학습하지 않거나 또는 극소수 사용자들이 고령이어서 조만간 사망할 위기에 처한 언어를 의미한다. 문화적으로 다른 '포식 언어(killer language)'에 포위돼 있기도 한다. 더 나아가서 에약어처럼 고립된 언어의 최후의 사용자가 사망하게 되면 사어(死語)가 된다.

    단 한 명의 사용자가 있는 경우도 '언어'라고 할 수 있을까? 원래 언어의 주된 기능이 의사소통임을 감안할 때 적어도 사용자가 복수여야 한다는 것이 필수조건이긴 하지만 에약어의 경우와 같이 단 한 명의 사용자만이 남아 있었다고 해도 이 역시 '언어'로 보아야 한다.

    에약어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하와이어도 사멸 위기를 겪었다. 하와이어의 포식 언어는 영어였다. 1778년도 당시 80만 명에 달했던 하와이 원주민은 외부로부터 유입된 감기와 홍역 등의 질병과 정치문화적 박해로 인해 1900년에는 4만 명 정도로까지 감소했다. 당연히 하와이어 사용자도 급감했다. 게다가 1898년에 미국에 합병되면서부터 인구는 증가하였으나 영어 공용어 교육정책의 시행으로 하와이어의 위상은 크게 위축되어 사용자가 더 줄었다.

    다행히 1978년부터 하와이어 몰입식 공교육을 통한 복원이 시도되고 있으나, 여전히 영어라는 막강한 포식 언어에 포위된 상태에서 하와이어 모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원주민 수는 1000명 전후에 머무르는 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언어나 문화의 사멸 과정은 불과 몇 년 정도에 걸쳐서 신속히 진행되는 반면, 복원 과정은 훨씬 더 긴 시간과 노력의 투입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지구상 7000개 언어중 2주에 1개꼴 사라져 

    전 세계 언어는 몇 개나 될까. 학자에 따라 5800~7000개로 추산하고 있다. 머나먼 과거에 몇 개의 언어가 존재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미지의 언어들의 경우에는 우선 해당 언어의 명칭조차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언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19세기 이후 발굴된 언어가 7000개 정도에 이를 뿐이다. 그러나 인류의 존재 이후부터 사용되어 온 수많은 언어 중에서 미처 이름도 갖지 못하고 사용자와 함께 아무 흔적도 없이 사멸된 언어들의 숫자는 이의 몇 배에 이를 것으로 추측한다.

    그렇다면 언어는 어떻게 생겨날까. 상이한 둘 이상의 인종이 만나서 통역 없이 공동작업을 하는 원양어업 현장이나 접경지대를 생각해보자. 서로의 언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외국인끼리 공동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의사소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어느 쪽 언어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간 형태의 언어가 탄생한다.

    영어가 '포식 언어'… 국제적 보존운동도 활발 

    불행한 사실은 언어들 중에서 평균 2주에 1개 정도의 언어가 사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누군가의 생각을 나르는 언어였던 우비크, 쿠페뇨, 맹크스, 쿤월, 음바바람, 메로에, 컴브리아어 등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현재 속도로 계속되다가는 금세기 말까지 전체의 90%에 달하는 언어들이 사라지게 된다는 추산도 가능하다. 80%가 문자가 없는 아프리카 언어들이나, 파푸아뉴기니,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인디아, 멕시코, 카메룬, 브라질,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에 집중되어 있다는 지구상 언어 중 절반 가량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더 이상 사멸 위기 언어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유네스코가 추진하는 '바벨 사업'(The Babel Initiative)은 대표적인 예다. 바벨 사업은 사멸 위기 언어의 자료를 수집해 전자문서로 보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언어를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언어는 사회·정치·경제·문화적 변수 때문에 지리적으로 인접한 다른 언어와의 차별적 정의가 무척 어렵다. 7000개라는 언어의 개수는 언어 음운의 수와 특징, 어순, 단어나 구절의 문법적 특성, 그리고, 지정학적 분포와 위상, 사용자 집단 내 공감성 및 동질성과 같은 언어 외적 기준들에 의거하여 편의상 크게 분류한 결과이다.

    흔히 중국어라고 알려진 만다린어와 광둥어는 실제로는 말로 거의 의사소통이 불가하다. 그러나 같은 정치 사회 체제하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한문을 통한 의사소통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같은 언어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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