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 공천 내분은 총선 망치는 자해극이다

조선일보
입력 2008.02.01 23:04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이 간신(奸臣) 논쟁까지 갔다. 사태 발단은 '부패 관련 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된 사람에겐 공천 신청 자격을 주지 않는다'는 당규다. 당규대로라면 12년 전 비리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던, 박근혜 전 대표측 김무성 최고위원이 공천 신청을 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이 이 당규를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박 전 대표측이 집단 탈당을 거론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강재섭 대표는 김 최고위원에 공천 신청 자격을 줘야 한다며 사흘간 당무를 거부하다 어제 밤 12시도 넘은 시간에 자택에 기자를 모은 뒤 이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심야 회견을 가졌다. 강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당선자를 팔고, 당선자 뜻인 것처럼 하면서 이익을 차리는 것은… 임금을 속이는 것으로 간신이다"고 말했다. 집권당 대표로서 부자연스런 행동이다. 더구나 문제의 규정은 2007년 강 대표가 대표로 있을 당시 공천 헌금 비리가 잇따라 터져 한나라당이 4·25 재·보선에서 참패하면서 자신의 퇴진론까지 나오자 강 대표가 주도해 당 쇄신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만든 것이다.

박 전 대표측 인사들도 그 규정을 만들던 2007년 9월 당 상임전국위에 참석했었다. 그래서 박 전 대표측 의원들에 대해서 과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 모습은 원칙을 내세워 온 박 전 대표에게도 어색한 장면이다.

이방호 사무총장이 간신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이 일을 밀고 나가는 것은 다음 전당대회에서 자신들의 계파가 당권을 잡기 위해 반대파의 핵심을 미리 제거하려는 포석이란 설도 흘러 다니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다음 전당대회에서 자신과 친한 어떤 사람이 당권을 잡는다 해도 총선이 잘못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총선 실패는 당선자의 실패로만 끝날 일이 아니라 한나라당 정권 전체의 실패와 같은 것이다. 이 소란은 당선자의 의중과 관계없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내부에서 '법의 원칙'과 '정치 현실'이 부딪혀 옴짝달싹 못하는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하고,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할 사람은 당선자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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