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 사고를 조사 중인 검찰은 21일 삼성중공업 예인선단과 유조선 선장 등 관련자들을 기소하면서 '책임'부분에 대해서는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사고 원인이 무엇이고,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선장 등의 범죄가 어떻게 저질러졌는지에만 초점을 맞춰 수사했다고 강조했다. 자칫 어느 쪽에 책임이 더 있다고 했다가 엄청난 액수의 배상액이 걸려 있는 사건에 휘말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과 유조선 간에 누가 더 많이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점은 앞으로 민사소송을 통해 가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왜냐하면 검찰이 이번에 과실 책임을 물어 관련자들을 기소했지만 이는 단지 형사적 책임을 물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죄가 있느냐 없느냐만 따지는 것일 뿐, 누가 얼마나 배상해야 하는지까지 따진 게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재판에서 이들 관련자에 대해 유죄가 확정된다고 해도 저절로 배상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이 따로 유조선사와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낸 뒤, 승소해야만 배상을 받을 수 있다. 과거 서울 망원동 수재민들이 서울시와 둑을 만든 건설사를 상대로 집단적으로 소송을 내 피해액을 배상 받은 경우가 그런 예다.
특히 민사소송의 경우 피해입증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이번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피해 액수와 인과관계를 입증할 책임이 소송을 낼 어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어민들로서는 변호사를 선임해 피해 정도를 법정에서 분명히 밝혀야 한다. 당연히 엄청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대부분 나이가 많고 사고로 생계가 어려워진 어민들이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사법부가 어민들이 소송을 낼 경우 입증 책임을 완화하거나, 가해자측인 유조선사나 삼성중공업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하는 식으로 입증 책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양쪽 관련자들에 적용한 핵심 혐의가 '중과실'이 아니라 '업무상 과실'인 점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업무상 과실'과 '중과실'은 형법 제268조에 함께 들어있는 사실상 '같은 혐의'라고 말하고 있으나 '중과실'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사안이 그만큼 중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의사가 수술을 하다 사고를 냈으면 '업무상 과실'이고 운전사가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면 '중과실'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중과실이냐 업무상 과실이냐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유류오염손해배상 보장법' 제6조 때문이다. 바다오염을 일으킨 선박소유주(즉 회사)가 고의나 무모한 행위로 오염사고를 일으켰을 때는 그 책임에 제한이 없고, 업무상 과실일 때는 그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한문철 변호사는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 경우는 기름이 유출됐는데 하필 태풍이 불어 기름이 사방으로 번져나가 회사가 책임지기에 너무나 피해가 큰 경우"라며 "이번과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중과실을 적용하느냐, 업무상 과실을 적용하느냐는 결과적으로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과실이든, 업무상 과실이든 어민들은 피해입증만 하면 100%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