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독립운동가 후손 청년의 죽음 앞에서

조선일보
  • 김해성 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 대표
    입력 2008.01.18 22:43

    동포를 마구 부리고 체포하는 나라
    이렇게 선진국 된들 무슨 소용있나

    김해성 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 대표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희생된 40명 중 13명이 중국동포이고 1명이 우즈베키스탄 노동자이다. 그중에는 중국동포 청년 김군(27세)씨가 있다. 김군씨는 지난 2007년 12월 31일 한국에 입국했다. 부모님과는 7년 만에 상봉을 했다. 이틀 뒤 일을 갔고, 일한 지 5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외아들을 만나러 참사 현장을 찾은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다가 끝내 실신했다. 아버지는 담배를 피워 물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일가친척 일곱 명이 한꺼번에 희생을 당했으니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는 않겠다며 한숨을 내쉰다.

    아직도 희생자들의 신원도 다 파악되지 않았다. 화재와 폭발로 인해 시신이 심각하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보상과 장례 등이 첩첩이 쌓여 있다.

    중국동포나 외국인들이 갑갑해 하는 것은 한국의 법이나 보상체계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어렵다. 법원의 판례는 2년치는 한국임금으로, 나머지 60세까지는 현지 임금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런 셈법으론 한국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상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김군씨는 항일 독립운동가 김규식 장군의 후손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독립운동가 후손을 제대로 대우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존경하지도 않는다. 애국지사들은 조국독립에 모든 것을 바치면서 몹시 가난해졌다. 배울 기회조차 놓친 후손들은 가난과 멸시 속에 살고 있다. 김씨의 아버지도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10m 정도 위에서 추락했다. 늑골 9개와 손목이 골절되고, 광대뼈가 함몰되고 머리에 부상을 입었다. 산재보상은 생각지도 못하고 합의금으로 1800만원을 받았다. 그동안 입원비와 약값, 생활비를 쓰고 이제 남은 돈도 없어 치료도 받지 못하는 지경이다. 아들은 인재가 불러온 화마가 삼키고 아버지는 산재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조국인 대한민국이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해준 것은 이것뿐이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꿈에도 그리던 조국을 찾아온 중국과 구소련 지역 동포들을 어떻게 대했는가? 전 세계에서 제 민족을 외국인노동자나 불법체류자로 낙인 찍고, 체포하며 추방시키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한국인들도 동포들을 마구 부려먹어도 좋은 값싼 노동력으로만 인식할 뿐이다.

    1999년 제정된 재외동포법도 잘사는 미국이나 유럽 동포들에게만 출입국과 법적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구소련 지역 동포들은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았다. 이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는 차별이자 헌법위반'이라며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리고 국회는 2003년 말까지 개정하도록 하였다. 이후 국회는 재외동포법 2조 2항을 만장일치로 개정하였고, 대통령은 공포를 하였지만 지금도 법무부는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제 조국 땅에서 피어 보지도 못하고 스러진 스물일곱 청춘에게 부끄러움을 바친다. 그리고 시신조차 안아볼 수 없어 실신한 아들의 어머니와 망연자실 넋을 잃은 아버지의 고통을 하늘은 기억해 달라고 기도해야겠다. 나는 나에게 묻고, 친구와 형제에게 묻고, 이웃과 이웃에게 묻고 싶다. '이런 잿더미의 상처에서 2만불 국가면 무엇 할 것이며 선진국으로 진입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근조(謹弔) 패찰을 가슴뿐 아니라 심장 깊숙이 달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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