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6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2월 국회를 통과해야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2월 25일) 이전에 이에 따른 정부가 출범할 수 있다. 정부 개편안은 이명박 당선자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첫 국정 운영 청사진이다. 그러나 이에대한 대통합민주신당 등 야당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따라서 이 개편안의 처리 여부는 '이 당선자와 한나라당'의 정치력을 시험해 보는 첫 계기가 될 전망이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대략 세 가지이다.
①원안대로 처리
이명박 당선자측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와 경제 살리기 등을 위해 정부 개편이 꼭 필요하다며 원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대야(對野) 설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원안대로 처리될 경우 취임 초 국정 운영을 순조롭게 풀어갈 수 있고, 여야(與野) 협력 모드를 이어갈 수도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신당 등 야당은 통일부와 정보통신부·여성부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나라당 의석은 전체 299석 중 128석으로 과반에 22석이 부족하다.
②일부 부처 회생 등 여야 타협
양측이 일부 부처를 살리는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가장 가능성 높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이 당선자측도 1~2개 부처에 대해선 타협할 용의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통일부가 막판에 통·폐합 대상에 오른 것도 대야(對野) 협상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당선자측 관계자는 "통·폐합 대상을 최대한 잡아 놔야 협상 과정에서 줄더라도 원안에 가깝게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야당도 무작정 반대하진 않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잘못하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받게 돼 4월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오는 18일 공청회를 열어 합리적 대안을 내겠다"고 했다. 다만 현재의 범여권의 정체성과 직결된 통일부 통·폐합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고, 여성부·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 폐지도 곤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가 협상을 통해 통일·정보통신·과학기술·여성부 중에서 1~2개 부처를 살리는 선에서 타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1월 말~2월 초 타협안을 국회서 처리하고 2월 중순 국무총리 및 장관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게 된다.
③총선까지 극한 대치 가능성도
양측이 타협에 실패하면 정부조직 개편안은 4월 총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일단 이명박 정부 출범 초부터 정국은 가파른 대치 국면을 맞게 된다.
이 당선자로선 일단 현행 정부조직법에 따라 총리와 장관을 임명하고, 총선결과를 보고 정부 개편안을 다시 밀어붙여야 한다. 그러나 총선 때까지는 대통합민주신당 등을 '국정 방해 세력'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난할 수밖에 없다. 신당 역시 "시대 착오적 개편"이라며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때까지 극한 대치 정국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 당선자측 관계자는 "타협을 시도하겠지만 야당의 무리한 요구까지 다 받을 순 없다"며 "정면 대결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신당 관계자도 "발표 몇 시간 전에 '개편안'만 던져주는 것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일방 독주하려는 것 아니냐"며 사과를 요구했다. 신당 역시 당분간 기(氣)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