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물로 문배주 만들어 세계적 명주 키울것"

조선일보
  • 최형석 기자
    입력 2008.01.13 23:22

    김포 문배주 무형문화재 이기춘씨

    마오타이·보드카등도 석회암층 물 사용
    남북정상회담서 단골 만찬주·건배주로
    "北엔 양조산업이 적격"… 공동사업 제안

    "북한 대동강 물로 만든 술 맛을 곧 보게 될 날이 올 겁니다."

    경기도 김포시 문배주양조원 이기춘(66) 대표는 봉이 김선달 같은 말을 했다. 외진 5000평 나대지 위에 자리잡은 술도가 입구부터 누룩 발효되는 냄새로 몽롱했다. 유조차탱크 모양 '밥통'에선 수수를 찌면서 더운 김이 푹푹 뿜어져 나왔다. 옆엔 누룩과 찐 수수를 함께 섞을 발효탱크·증류기·저장탱크가 보였다. 이 대표는 "6·25때 평양에서 서울로, 다시 1994년 물을 찾아 김포시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대동강변 주암산(酒岩山) 물에 대한 욕심을 놓지 못했다. 이곳 물은 한국에 흔한 화강암층 물이 아닌 석회암층 물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석회암층 물로 술을 만들면 향이 좋고 맛이 달짝지근하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마오타이·프랑스 꼬냑·영국 스카치위스키·러시아 보드카 등 세계명주들이 석회암층 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일제시대 5대 양조사들이 일제히 주암산 인근에 공장을 차린 것도 그 이유라 했다. 이 대표는 작년 11월 남북경협 차원에서 양조사업을 추진키 위해 두 차례 북한을 찾았다. 투자위험 때문에 북한 근로자 40여 명을 대동강 물과 함께 김포로 들여와 술을 생산하자는 제안을 냈다. 이 대표는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북한엔 양조산업이 적격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기춘 문배주양조원 대표(한복 입은 사람)와 아들 이승용씨가 김포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hans@chosun.com
    문배주는 평안도 지방 향토술로 증류식 소주다. 문배 향이 난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이 대표는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4대째 술도가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에서 지점장까지 하다가 제조허가를 얻어 1995년부터 술을 만들고 있다. 1986년 면천두견주·경주교동법주와 함께 무형문화재 제86호로 지정됐다. 이 대표 아버지 이경찬씨는 그때 무형문화재(제조기능자)로 같이 지정됐고 현재는 이 대표가 세상을 뜬 부친 자리를 이어받아 무형문화재로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 아들 이승용씨도 가업을 잇기 위해 신문기자 일을 접고 공장에 들어와 있다. 아들 이씨는 가업을 잇기 위해 일부러 대학에서 농화학을 전공했다.

    대를 잇는 만큼 문배주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 대표는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은 방한 시 문배주 칵테일을 즐겼고, 마이클 잭슨 역시 우리 술을 맛보곤 '굿스멜(good smell)'을 연발했다"고 전했다. 구 소련 서기장 고르바초프도 문배주를 즐겼다고 했다. 그 때문에 일부러 50도짜리 술을 개발했다. 이전까진 23·25·40도 술만 있었다. 고르바초프가 방한하면 이 대표는 직접 술을 들고 그가 주로 묵었던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을 찾아갔다. 지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문배주는 건배주·만찬주 용으로 쓰였다.

    이 대표는 최근 미국 뉴욕에 오피스텔을 구입했다. 미국 현지 지점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는 "매일 아버지 위패가 모셔진 서울 연희동 본가를 방문해 '오늘도 좋은 술 빚게 해달라'고 빈다"며 "새해엔 세계에 문배주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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