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펑! 노트북 폭발 2차전지안에 범인이 있었네

    입력 : 2008.01.11 23:37 | 수정 : 2008.01.13 13:00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취재 기자의 노트북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8일 오후 1시쯤 이천 화재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서울 강남구 베스티안 병원 중환자실 앞 보호자 대기실에서 가방에 넣어둔 노트북에서 갑자기 '치이익' 소리와 함께 흰색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노트북을 들고 있던 기자는 불꽃이 튀는 순간 급히 노트북 PC를 바닥으로 던져 부상을 피했다. 본지 1월 9일자 보도

    노트북 PC 폭발의 비밀은 노트북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충전지)에 숨겨져 있다. 실외에서도 사용되는 제품 특성 때문에 노트북 PC는 2차 전지(반복적으로 재충전해서 사용하는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2차 전지 내부의 휘발성 전해액이 노트북 PC 폭발의 주범이다.

    과거에는 노트북 PC에 납(Lead-acid) 축전지, 니켈 카드뮴(Ni-Cd) 전지, 니켈수소(Ni-MH) 전지 등을 주로 사용했다. 최근 노트북 PC나 휴대전화기에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리튬 이온 전지'이다. 이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전해액'을 넣고, 양극의 리튬 이온이 전해액을 지나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가 충전되는 방식이다.


    리튬전지 전해액 휘발유보다 잘 타 

    이 리튬 이온 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기존 전지보다 20~30% 작게 만들 수 있고, 기존 2차 전지의 고질병인 메모리 효과(가끔 배터리를 완전 방전 후 재충전하지 않으면 성능이 급감하는 현상)도 거의 없다.

    문제는 리튬 전지에 포함되어 있는 전해액이 휘발유보다 더 잘 타는 유기성 전해물질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뜨거운 열에 오래 방치하거나 외부 충격을 주면 폭발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2차 전지 제조업체들은 리튬 전지 폭발 가능성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개스킷(gasket)과 금속 캔으로 습기와 열 등을 차단하고 있다. 또 약간의 폭발 가능성이 감지될 경우에도 배터리 스스로 보호회로를 작동하도록 안전 설계를 한다. 따라서 제조업체들은 상온에서 '터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체의 설명과 달리 전 세계적으로 2차 전지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제품보호위원회(US Consumer Product Safety Commission)에는 연간 100여 건 이상씩 폭발 및 화재 사고가 보고되고 있고, 국내에도 드물게 보고 사례가 있다. 그러나 심각하게 '폭발'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과열로 연기가 나거나 충전지 일부가 녹아내리는 경우가 많다.


    "오래 열 받거나 충격주면 폭발 가능성" 

    2차 전지의 결함 때문에 천문학적 규모의 리콜(Recall·결함이 있는 제조물을 제조업체가 직접 수거해서 교환하는 것)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전 세계 2차 전지 시장을 이끌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휴렛팩커드(HP)와 함께 세계 컴퓨터 시장을 이끌고 있는 델(Dell)은 지난 2006년 일본 소니로부터 구입한 리튬 전지에 문제가 발생, 약 410만개를 리콜 조치했다. 이 사건은 세계적인 불량전지 파동으로 이어져 '기술 강자' 소니 명성에 먹칠을 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사인 노키아일본 마츠시타로부터 사들인 전지 4600만개를 무료로 바꿔줬다. 지난 2004년과 2005년에는 애플컴퓨터도 이번 사고가 난 충전지를 제조한 회사에서 구입한 노트북 충전지를 리콜한 바 있다. 이번에 폭발한 노트북 PC도 같은 회사가 제조한 원통형 리튬 이온 전지를 사용했다.

    2차 전지의 안정성이 도마에 오르면서 IT 업계에서는 대안을 찾고 있다. 액체 상태의 전해액이 아니라 고체 성분을 사용한 '리튬 폴리머' 전지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이는 말 그대로 전해액을 액체가 아닌 분자가 중합(重合)하여 생기는 고분자 물질 '폴리머(polymer, 중합체)'를 사용하는 것이다. 고체이기 때문에 전해액이 외부로 누출되어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가 거의 없고, 외장을 금속으로 만들 필요가 없어 리튬 이온 전지보다 30% 이상 가볍다. 물론 가격이 다소 높고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아예 '리튬' 자체를 배제한 신물질 전지 개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징크 매트릭스 파워(Zinc Matrix Power)와 파워제닉스(PowerGenix) 등 일부 해외 벤처기업들은 은과 아연을 이용한 비가연성 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은 메탄올 연료 전지나 태양광 전지 등 대체 에너지원을 통한 2차 전지 개발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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