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찬양 앞장섰던 나팔수들의 현주소

입력 2008.01.04 01:31

정연주 KBS 사장

정연주 사장 4년만에 돌연 “권력 비판해야”

“KBS 망친 사람이…” 내부서도 냉소 

그동안 정권과 코드 맞추고 아들 병역문제 때는 거짓말 

정연주 KBS 사장이 올 신년사에서 “오만한 권력에 대해서 의연하고 당당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임직원에게 주문해 안팎으로부터 냉소를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권 탄생과 더불어 KBS 사장에 취임한 정 사장이 4년여 재임기간 중 발표한 2차례의 취임사와 5차례의 신년사에서 권력 비판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정 사장은 지난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정치 권력이든 자본 권력이든 언론 권력이든, 혹은 사회적 집단이 집단 이기주의를 위해 권력 확대를 꾀하건 우리는 비판해야 한다”며 “특히 오만한 권력, 지배하려는 권력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비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영방송의 당당하고 의연한 위상과 확실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며 “특히 지금과 같은 정치적 변화의 과정에서 (KBS가) 정치적 독립성을 확실히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신년사에 대해 KBS 간부 위주로 구성된 공정방송노조는 3일 “편파 왜곡, 코드 방송으로 KBS의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킨 정 사장이 낯뜨거운 말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KBS 관계자는 “대선 보도를 둘러싼 불공정 시비, 경영 실패 등으로 사퇴설이 나돌자 정 사장이 사장직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그런 식으로 표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사장의 임기는 2009년 11월까지다.

정 사장은 그동안 현 정권과 코드가 일치하는 내용을 임직원에게 강조해왔다. 2004년 신년사에서는 “정치 개혁을 이루어내고 우리 사회가 한 발짝 더 진보적인, 열린 사회로 가는 데 KBS가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2005년 신년사에서는 “해방 이후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어두움을 걷어내고 빛이 다시 부활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 사장은 2005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들의 병역면제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당시 그는 “(아이들의) 뿌리를 뽑아 (한국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18년 동안 미국에 머문 두 아이는 미국 시민권을 갖게 됐고, 나는 두 아이를 늘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발언이 있기 3개월 전에 정 사장의 장남은 이미 삼성전자의 한국 본사로 발령받아 근무 중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예전에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고위층 자제들이 미국 시민권을 얻어 병역을 기피하는 현실을 비판했던 그였으나, 바로 자신의 아들 2명도 같은 사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것도 나중에 드러났다. KBS 노조 관계자는 “정 사장은 자기 편리한 대로 생각하는 데 능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
金홍보처장, 교수직 챙기기?

명지대 복귀후 교환교수로 해외 나갈 계획 

“부임땐 강의 팽개치고 가” 명지대에선 ‘반대’ 분위기 

노무현 정부의 브리핑룸 통·폐합과 취재통제 조치를 주도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오는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당분간 해외로 떠나 있을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명지대 교수로 복귀한 뒤 6개월 정도 교환교수 자격으로 미국이나 캐나다에 머문다는 것이다. ‘돌아갈 자리’가 있고, 교체된 정권을 피할 ‘계획’도 잡아놓은 셈이다.

김 처장은 중앙일보에서 학술전문기자로 11년간 지냈다. 2005년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장으로 옮겼으나 한 달도 안 돼 홍보처장이 되자 휴직계를 냈다. 그러나 김 처장의 복귀 소식에 명지대에선 “반대 성명이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한 교수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김 처장은 부임 당시 새 학기에 맡은 강좌를 다 팽개치고 갔다”며 “특히 한 학기도 강의 안 하고 (교환교수로) 간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일반 교수들은 대부분 6년 정도 근무하고 1년 정도 교환교수로 간다”며 “교수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 같다. 혀를 찰 일이다”라고 했다. 한 보직 교수는 “(김 처장의 교환교수 문제는) 학교 결정사항이 전혀 아니다”며 “본인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결정될 일이 아니다”고 했다. 김 처장의 얘기대로 될 경우 가만 있지 않겠다는 교수들의 분위기를 전한 셈이다.

김 처장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대선 후 ‘기사송고실 원상복구’ 가능성을 묻는 전병헌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의 질문에 “정상화된 것이 비정상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김 처장의 ‘호언(豪言)’과 달리 원상복구를 결정했고, 홍보처는 ‘시한부 생명’이 됐다.

김 처장은 불과 열흘 전까지도 기사송고실 ‘대못질’을 정당화했다. 지난 12월 26일 취재통제 조치를 담은 총리훈령이 관보(官報)에 실려 효력을 발휘하게 되자, 그는 “훈령 제정으로 언론의 정보접근권이 보다 확대되고 국민의 알 권리가 신장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1일 국회에서 그는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과 취재통제 조치를 놓고 설전을 벌이다 책상까지 내려치면서 기자들이 취재통제를 상징하는 브리핑룸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비난하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취재통제 조치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역사의 평가”를 거론했다. 작년 5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선 “우리가 간신인지 충신인지는 역사에 던져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김 처장의 지휘 아래 취재통제 조치를 마련한 방선규 홍보협력단장은 주미대사관 홍보참사관에 내정돼 곧 부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영배 홍보처 차장은 아직 거취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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