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악플 전쟁’ 불붙었다

조선일보
  • 이인묵 기자
    입력 2007.12.28 23:44 | 수정 2007.12.31 10:16

    방학과 함께 악성 게시물·댓글 15%나 늘어
    사이트마다 수십~수백명이 24시간 모니터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오후 6시. 성탄 전야를 맞아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댔지만, 인터넷 공간에선 ‘악플러(악성 댓글을 다는 네티즌)’들이 욕설과 음란 사진을 포함한 악성 게시물, 악성 댓글을 쏟아내고 있었다.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자유게시판 격인 ‘사고(막장)갤러리’. “크리스마스랍시고 연인들로 가득한 종로 거리를 폭탄으로 밀어버리겠다”는 악성 게시물이 올라왔다. “최대한 많이 죽이세요” “(몰고 갈) 차는 내가 대주겠음” 등 악플이 순식간에 서너 개 달렸다. 게시물이 올라오고 악플이 올라오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여 초.

    그러나 악성 게시물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관리팀원이 재빠르게 글을 ‘휴지통 게시판’으로 옮긴 것. 이 글은 데이터베이스에 남지만, 게시판에서는 사라져 일반 사용자는 볼 수 없게 된다. 이날 하루 30명의 관리팀원이 지워낸 게시물은 5000건에 달했다.

    ◆하루 게시물 100만 건에 모니터 인원 30명… 총성 없는 전쟁

    초·중·고등학교의 방학이 시작된 지난주부터 인터넷에서는 악플러 대 게시물 관리팀의 ‘총성 없는 전쟁’에 불이 붙었다.

    ‘인터넷 폐인’들의 주요 활동무대로 알려진 디시인사이드의 게시물은 방학 후 15% 정도 늘었다. 악성 게시물과 악플도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다. 12월 현재 이 사이트의 하루 총 방문 수는 1억회, 하루 방문 인원은 8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쏟아내는 글은 하루 평균 게시물 25만 건, 댓글은 75만 건에 달한다.

    디시인사이드에서 게시물 모니터를 담당하는 직원은 총 30명. 한국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이 중 10명이다. 서울에 없는 20명의 관리팀원은 중국 베이징에 있다. 디시인사이드는 2003년부터 중국에서 대졸 이상 학력을 지닌 조선족을 채용해 인터넷 신조어 등을 교육한 후에 게시물 모니터 요원으로 쓰고 있다.

    디시인사이드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들은 모두 국내에서 게시물을 관리한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춘천과 분당에서 480명, 싸이월드와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200명 정도의 인원이 24시간 게시물을 관리한다.

    디시인사이드에서 웹관리팀이 지우는 게시물은 하루 평균 4000개. 전체 게시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 정도다. 김지선 웹관리팀장은 “원래 회원 신고로 삭제하는 것과 관리팀이 직접 찾아 삭제하는 것이 반씩이지만, 방학 이후 신고로 처리하는 비율이 약간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24시간 쉴새 없는 악플 모니터링

    악플 제거는 24시간 이어진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10명 전원이,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는 조를 짜서 2~3명이 근무한다. 이후는 당번 1명이 집에 들어가서 컴퓨터로 새벽 3시까지 악성 게시물을 감시한다. 중국 베이징의 관리팀은 2교대로 이뤄진다.

    관리팀원들이 밝히는 악성 게시물의 특징은 ‘욕설이 들어가 있고, 짧고, 무성의한 글’이다. 악성 게시물 중에는 특정인을 괴롭히기 위해 공들여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앞에 욕설부터 들어가는 글이다.

    버튼을 눌러 글 전체를 보는 경우는 전체 게시물의 10분의 1 정도였다. 대부분 마우스로 게시물을 훑고 지나가면서 게시된 사진과 글 앞부분만을 보고 빠르게 악성 게시물을 찾아냈다.

    악성 게시물에 면역이 됐을 법한 관리팀원들도 악성 게시물에 상처를 입는다. 관리업무를 담당한 지 2년이 넘은 김미연씨는 “최대한 안 보려고 노력하지만, 실수로라도 심한 욕설로 도배된 글을 보면 기분이 상한다”고 말했다.

    ◆효과 없는 인터넷 실명제

    ‘인터넷 실명제’는 악성 게시물을 그다지 줄여주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부터 네이버 등 포털이나 공공기관 인터넷 사이트에는 실명을 인증한 사용자만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실명 인증 직후에는 잠깐 주춤했지만, 악플러들은 예전과 똑같이 악성 게시물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에서 실명제가 실행되기 전인 6월과 실명제가 시행된 7월 뉴스 댓글 삭제량을 조사해보니, 실명제 시행 여부에 관계없이 전체 댓글의 4.8%가 악성 댓글로 삭제됐다. 6월에는 전체 뉴스 댓글 543만6000건 중 26만 건이, 7월에는 636만3000건 중 30만5000건이 악성 댓글로 삭제됐다

    법적 고발을 제외하면 상습적인 악플러에 대한 조치는 ‘게시물 작성 금지’뿐이다. 디시인사이드는 악성 게시물의 정도에 따라 3시간에서 영구적으로까지 이용자를 차단한다. 네이버의 노수진 과장은 “보통은 게시물 삭제로 끝내지만 상습적인 경우에는 7일, 15일, 30일 단위로 기간을 연장해가며 글쓰기를 중단시킨다”고 말했다. 단, 악성 코드가 담긴 게시물을 올렸을 경우에는 대부분 사이트에서 글쓰기 권한을 영구 박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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