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FP 통신이 발표한 ‘2007년 황당뉴스’ 가운데 한국 지방공항 이야기가 들어 있다. ‘한국에는 1억4000만 달러(약 1300억원)를 들여 지었는데 항공사들이 취항을 원하지 않는 지방공항이 있다’는 것이다.
기사에서 언급된 ‘황당 공항’은 아직 개항조차 하지 않은 경북 울진공항이다. 원래 2003년에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AFP 보도대로 항공사들이 취항을 꺼리는 바람에 여태 개항이 미뤄져 왔다. 울진공항을 이용할 승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AFP에서 언급한 울진공항뿐 아니라, 우리나라엔 항공사들이 취항을 꺼리는 지방공항이 많다는 것이다. 대구공항은 지난 11월부로 김포-대구 노선이 폐쇄돼 점점 이용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도 양양공항의 경우, 휴가철인 지난 7월 하루 평균 이용객이 66명에 그쳤다. 상주 직원 수(82명)에도 못 미쳤다. 지난달 개항한 무안국제공항도 1일 평균 운항 대수가 국내선, 국제선 각각 1편 수준이다. 이 공항은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불리는데, 이름과 걸맞지 않은 셈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지방공항이 세계적인 놀림감이 된 이유는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정치논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역시 승객이 적어 2004년 폐쇄된 예천공항의 경우, 별칭이 5공화국 당시 이 지역 출신 실세의 이름을 따 ‘유학성 공항’이라고 불렸을 정도다.
여기에다 KTX 개통이나 고속도로 신설로 비행기를 안 타도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생기면서 공항은 더욱 ‘찬밥’이 되고 있다.
시장원리로 풀어야 할 문제에 정치논리가 개입된 예는 비단 공항뿐이 아니다. 2017년 개통될 호남고속철도는 정치권의 입김으로 역이 4개에서 6개로 늘어났다. 덕분에 속력이 떨어져 ‘저속철’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기업·혁신도시도 경제성 면에서 의문이 일고 있다. 이런 사업들이 나중에 외신에 황당뉴스로 또 등장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28일자 A3면 기자수첩 ‘곳곳에 널린 황당뉴스’에서 “대구공항은 모든 항공사가 운항을 중단해 개점휴업 상태”라는 부분은 일부 국내선과 국제선 노선이 현재 운항 중이어서 사실과 다르므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