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신화는 없다

조선일보
  • 김민배 정치부장
    입력 2007.12.22 00:17 | 수정 2007.12.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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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대 대통령 당선자인 이명박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름길은 없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지금 서점으로 달려가 그의 저서 ‘신화는 없다’를 사서 읽어라.

    ‘신화는 없다’는 그가 국민당을 창당한 정주영 회장을 따라가지 않고 결별하고 나서 민자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지 3년째 되던 해인 1995년 펴낸 자서전이다. 현재까지 117쇄에 60만 부가 팔려나간 이 책엔 이명박의 모든 것이 녹아있다. 그의 인생관, 철학, 배고픔과 가난에 대한 생각, 그와 현대건설, 그와 정주영, 대학생활, 어머니에 대한 생각 등이 담겨있다.

    지금 그를 모시는 참모도 이 당선자의 과제를 놓고 잘 풀리지 않을 때 ‘신화는 없다’를 꺼내 든다. 일종의 바이블인 셈이다.
    이 당선자가 입만 열면 외치는 ‘탈(脫) 여의도 정치’의 해답도 이 안에 있다. “1970년대 후반경부터 외국에 나갈 때마다 발견하게 되는 변화가 있었다. 즉, 세계의 정치가 통치의 개념이 아니라 경영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었다. 국가 관리가 아니라 국가 경영이었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가 특히 그러했다. 정치 지도자들은 모두 경영자였다.” 이 당선자는 “지방화·국제화 시대가 빠르게 전개되는 지금, 30년 동안 변하지 않는 정치는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는 현실을 이끌어 갈 수가 없다. 이제 정치는 통치가 아닌, 미래를 앞서가는 경영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당선자는 말한다. “신화는 없다”고. 이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피와 땀과 눈물의 결과물이 신화처럼 보일 뿐이라고…. “현대에서의 27년, 20대 이사, 30대 사장, 40대 회장. 사람들은 나를 ‘신화의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화는 신화를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만 신화일 뿐이다.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 그것은 겹겹의 위기와 안팎의 도전으로 둘러싸인 냉혹한 현실이다. 나는 나를 가로막던 위기와 도전 앞에서 우회하지 않고 정면에서 돌파했다.”

    책을 저술한 시점의 관점이겠지만 ‘신화는 없다’에는 그의 미래진단도 담겨있다. “남과 북의 경제협력이 시작되는 순간, 북방으로 향한 육로가 열린다. 그 순간 동북아 경제권이 구체적인 경제블록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장차 세계 4대 경제권인 NAFTA, EU, 중국, 일본의 압력을 견뎌내려면 남과 북이 통일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는 그러면서 “북방에 미래가 있다”고 했다. 북방이란 꼭 북한만이 아니다. 자원의 보고(寶庫) 러시아도 그가 말하는 북방이다.

    ‘일을 장악하라’ ‘강한 자는 우회하지 않는다’ ‘나의 스승은 가난과 어머니’…. 제목만 두루 훑어봐도 이 당선자의 강조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당선자가 1993년 정치초년병으로 여의도에 입성했을 때 기자는 정치부 경력 4~5년차였다. 이 당선자가 1998년 서울 종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가 법정선거비용 초과지출로 유죄판결을 받아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한 뒤 진로를 모색할 때 “미국 연수”를 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불과 10여 년 만에 ‘대통령’이 되어 나타날 줄은 몰랐다.
    김민배 정치부장
    이명박은 꿈을 크게 그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매달린다. 도전과 파격(破格)을 서슴지 않는다.

    ‘대통령 이명박’이 대한민국호(號)의 미래를 위해 대동(大同)의 큰 꿈을 그려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국가 최고경영자의 자리는 녹록치 않은 자리이다. 어려울 때 “도망치고 싶다”는 하소연이 절로 나오는 천금만금 무거운 자리이다. 이 당선자가 또다시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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