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공중전화의 몰락… 그 많은 적자는 누가 메울까

조선일보
  • 김영민 기자
    입력 2007.12.14 23:34 | 수정 2007.12.15 16:56

    작년 507억 적자… 공익성으로 포기도 못해
    신형 10원짜리 주화 등장으로 더욱 찬밥 신세
    KT·SK텔레콤·KTF·LG텔레콤이 적자 분담

    지난 3일 미국 최대 통신회사이자 공중전화 사업의 원조인 AT&T가 공중전화 사업을 접기로 했다. 1978년 서비스를 시작해 13개 주에서 6만5000대의 공중전화 사업을 해온 이 회사는 내년 말까지 공중전화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할 예정이다. 미국 내 공중전화는 90년대 말 260만 대를 정점으로 현재 100만 대까지 그 수가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공중전화의 몰락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공중전화는 20여만 대. 2001년 49만9500대에 이르렀던 공중전화는 6년 새 절반 이상 사라졌다. 90년대 후반까지 전화 한 통 하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던 공중전화 부스는 어느새 ‘텅 빈’ 공간으로 전락했다. 단말기 또한 90% 이상이 교체시기가 지났다.

    지난해 말 신형 10원짜리 주화가 유통되자 공중전화는 더욱 찬밥 신세가 되었다. KT는 신형 주화의 보급에 맞춰 2010년까지 매년 1만 대씩 총 4만 대의 주화 이용 전화기를 신형으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자급제 공중전화(개인이 필요에 의해 구매한 공중전화) 10여만 대를 제외한 무인 공중전화 중 주화 사용 단말기 전체를 교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급된 신형 공중전화 수는 1000대. 애초 계획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내년 교체 계획 역시 아직까지 미정이다. 즉, 올해가 지나도록 신형 주화를 사용해 통화를 할 수 있는 공중전화는 200대 중 1대꼴이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사업을 담당하는 KT로서도 공중전화는 골칫거리다. 2001년 3406억원 규모의 매출액도 5년 만에 784억원, 20% 남짓한 수준으로 폭락했다. 1년에 한 차례라도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절반이 되지 않고, 작년 적자액만 507억원이다.

    회사의 주 사업분야도 유선전화에서 인터넷 통신으로 돌아섰다. 매년 유지·관리 비용으로만 1000억원이 넘게 들어가는 공중전화 사업이 달가울 리 없다. 5년 전 민영화된 KT 입장에서도 수익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KT 허건 대리는 “지난 5년 동안 운영인력을 60% 이상 감축시켰지만 여전히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는 사업을 맡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외국인 지분이 47.9%에 이르는 민영 기업 KT이지만 공중전화의 공익적 성격 때문에 사업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고 했다.

    공중전화의 몰락은 휴대폰의 대중화와 그 맥을 같이한다. 1954년 유인 공중전화기 도입으로 시작된 공중전화 사업은 90년대 중반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의 등장으로 절정기를 맞았다. 98년까지만 해도 자체 매출이 78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사람들은 공중전화를 애용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값싼 PCS, 셀룰러폰이 쏟아져 나오자 공중전화는 쇠락의 길로 빠져들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휴대폰 한 대씩을 구입하는 상황에서 공중전화는 급속히 설 자리를 잃었던 97년 1500만 명에 이르던 삐삐 사용자는 4만 명(작년 말 기준)으로 줄었고, 그 사이 휴대폰 가입자는 4300만 명을 넘어섰다. KT에 따르면 현재 1년에 1~2차례밖에 사용되지 않는 공중전화가 전체의 10~20% 수준이다.

    ◆공중전화 어떻게 운영되나

    그렇다면 그 많은 적자는 누가 메우고 있을까? 공중전화로 인한 재정 손실은 KT를 비롯해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다수의 기간통신사업자가 분담한다. 2000년 도입된 ‘보편적 역무 손실 보전금 제도’에 의해 시내공중전화, 시내전화, 도서·산간지역 통신, 선박무선통신 등 기본적인 전기통신 서비스 제공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기간통신사업자들이 공동으로 부담한다. 통신사업자들이 갹출한 보전금을 바탕으로 국가가 ‘보편 서비스’인 공중전화 사업을 끌고 가는 것이다.

    하지만 매해 매출액 대비 비율로 일정 금액을 내야 하는 이통사들도 거액의 부담금 지불을 꺼리는 눈치다. SK텔레콤의 한 직원은 “2001년 365억원의 공중전화 보전금이 2005년에는 507억원으로 늘어났고, 이중 30% 이상을 우리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T는 현실적인 자구책을 찾고 있다. 특별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KT는 현재 사용 중인 단말기를 수정,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즉, 교통카드로 기존의 주화이용 전화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 기존 전화기에 교통카드 인식 기능을 추가해 공중전화 사용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KT링커스 이부종 사업기획팀장은 “실제 공중전화에서의 10원짜리 주화의 이용률이 2%에 불과하다”며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 초까지 2만대의 공중전화를 업그레이드해 교통카드 겸용 공중전화를 선보이려 한다”고 했다.

    공중전화의 몰락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호주 등 해외에서도 공중전화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각각 20만 대, 10만 대를 넘어섰던 프랑스, 영국의 공중전화 수도 2005년 18만 대, 7만 대로 꾸준히 감소해왔다. 인터넷 검색, 이메일, 다국어 사용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단말기가 등장했지만 사정은 여의치 못하다. 우리나라에 비해 휴대폰 보급률이 낮고, 저소득층의 공중전화 이용률이 높은 미국에서도 각 지역별 소규모 사업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 역시 80년대 중반 91만대가 넘었던 공중전화는 지난해 39만대로 줄었다. 2002년부터 한 달 이용액이 4000엔에 못 미치는 단말기를 철거해왔지만, 2005년 NTT도코모의 공중전화 사업 적자액은 144억엔에 이른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시내통화 기준으로 3분에 70원인 우리나라 공중전화 요금은 외국 평균 대비 24% 수준”이라며 “외국보다 공중전화 요금이 낮은 우리 상황에선 다른 자구책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무인 공중전화 통화료는 62년 5원을 시작으로, 77년 10원, 81년 20원, 92년 30원, 94년 40원, 97년 50원, 2002년 70원으로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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