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마일리지 유효기간

조선일보
  • 이선민 논설위원
    입력 2007.12.13 22:46

    1980년 미국 웨스턴항공사가 LA~샌프란시스코 승객에게 ‘50달러 여행권’을 보너스로 주기 시작했다. 승객이 다음에 이 노선 항공권을 살 때 여행권을 내면 그 액수만큼 깎아 줬다. 덕분에 승객이 엄청나게 늘자 웨스턴은 이 방식을 다른 노선들로 확대했다. 세계 최대 항공사 아메리칸에어가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이듬해 컴퓨터로 고객 탑승실적을 관리해 보너스를 주는 ‘AA 어드밴티지’ 시스템을 만들었다. ‘마일리지’ 제도의 탄생이다.

    ▶‘마일(mile) 수(數)’를 가리키는 ‘마일리지(mileage)’는 주행거리, 연비, 마일당 운임 등의 뜻으로 쓰였다. 거기에 ‘탑승거리에 비례한 보너스’의 의미가 추가됐다. 이 제도는 삽시간에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처음 아이디어를 냈던 웨스턴도 아메리칸에서 소프트웨어를 사 갔다. 한국은 대한항공이 1984년 도입했다. ‘원조(元祖)’ 아메리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5000만 회원을 두고 있다.

    ▶마일리지 제도는 이동통신 신용카드 주유소 커피숍 서점 음식점 할인매장 등 거의 모든 영업분야로 확산됐다. 이제는 영화관과 공연장도 입장료 일부를 포인트로 쌓아 준다. 웬만한 사람 지갑엔 마일리지 카드가 서너 장쯤 꽂혀 있기 마련이다. 대구광역시와 포스코처럼 시민·직원의 봉사활동 시간을 적립해 보상해 주는 ‘자원봉사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대한항공이 내년 7월부터 마일리지에 5년 유효기간을 두기로 했다. 쌓여 있는 마일리지가 너무 많아 경영에 압박 요인이 된다는 이유다. 외국 주요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최대 3년이라는 점도 들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몇 년 전부터 마일리지 부담을 덜어내려고 머리를 짜 왔다. 고객이 사용할 것에 대비해 적립해 둬야 하는 마일리지 충당금은 대한항공 1886억원, 아시아나 595억원에 이른다.

    ▶미사용 마일리지 급증엔 항공사 책임도 크다. 신용카드나 휴대전화를 써도 항공사 마일리지가 쌓이게 해 놓았기 때문이다. 고객이 모아 둔 마일리지를 쓸 수 있는 방법도 제한돼 있다. 휴가철에 마일리지 항공권을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외국 항공사들은 가전제품 구입, 온라인 상품권, 레스토랑·골프장 이용, 사회단체 기부 등 다양한 사용 방법을 제공한다. 덜컥 유효기간부터 정하기 앞서, 오랫동안 꼼꼼히 마일리지를 챙기며 사용할 날만 기다려온 단골 고객에게 어떻게 보답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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