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탈취범 조영국 '서든어택' 즐겨

입력 2007.12.13 00:57 | 수정 2007.12.13 10:03

게임에 K-2소총·수류탄… 현실서 모방 가능성
월세 8개월 밀려… 은행강도 등 계획했을 수도
금속공예 석사 출신으로 액세서리 가게 운영
블로그에 "난 다중인격"… 실연의 아픔 묘사도

무엇에 쓰려고 초병을 죽이면서까지 소총과 수류탄을 탈취했을까.

12일 오후 2시55분쯤 서울 종로구 단성사 극장 앞에서 붙잡힌 강화도 총기 탈취범 용의자 조영국(35)은 ‘총기류 탈취 동기’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경찰은 우선 조가 인테리어 점포와 액세서리 가게 등을 운영해왔으며, 월세를 8개월간이나 내지 못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조가 돈을 구하기 위한 강도짓에 사용하려고 무기를 탈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는 ‘서든어택’ ‘리니지’ 같은 온라인 전투게임을 즐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서든어택’에는 조가 이번에 탈취한 K-2소총과 수류탄 등 무기 모형이 등장한다.

이에 따라, 생활비 등이 필요했던 조가 올해 4월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를 난사한 조승희처럼, 가상의 온라인 폭력게임에서 터득한 범죄 수법을 실제 현실에서 사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는 또 최근 블로그에서 자신을 ‘다중 인격자’, ‘정신지체 장애자’라고 표현하면서 실연(失戀)의 슬픔을 묘사, 여자 문제가 총기 탈취의 동기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군은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초병 살해 등의 혐의로 군법회의에 조를 회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탈취범 조씨가 살았던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에 있는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방의 책상 서랍에서 전기충격기가 발견됐다. /이재준 기자 promejun@chosun.com

◆자취방에서 전기충격기 나와

조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에 있는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방에 살고 있었다. 지난해 8월부터 이 방에서 살아왔으며 월세(25만원)를 8개월이나 밀린 상태였다. 이 때문에 경찰은 조가 총기류를 이용한 은행 강도 등 2차 범행을 노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는 서울 시내에서 반지 등을 만들어 파는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했고, 인터넷을 통해 액세서리를 팔기도 했다. 조의 방에서는 전기충격기도 발견됐다. 조의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1인칭 총쏘기 게임인 ‘서든어택’이 깔려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조가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캐릭터에 군인복장을 입혀 놓았다”며 “개조한 코란도 차량에는 33㎝짜리 광폭 타이어를 달았다”고 말했다. ‘남성성(性)’에 집착하며 영웅 심리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용의자가 ‘삼권분립’ ‘정의’를 운운하는 편지의 내용을 보면 과대망상증 영웅심리가 보인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압송된 강화 총기탈취 용의자 조영국이 경찰과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개인 블로그에 정신분열 증세 나타나

조가 지난달 22일 싸이월드 블로그에 남긴 글에도 그의 정신분열적 증상이 나타나 있다.

조는 블로그에서 “내가 때때로 느끼는 이 기분은 뭘까?”라고 자문한 뒤, “(그 기분은) 적개심, 그 속에 내재된 방어본능, 목적달성에 대한 강력한 본능적 욕구”라고 적었다. 이어 “난 다중인격일까? 아마도 나는 실체를 조종하는 자아인식형 다중인격일지도. 아마도 나는 정신지체장애자”라고 썼다.

조는 또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불행.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사랑을 버리고 그냥 섹스에 미쳐 버렸으면 좋겠다”고 썼다. 조는 “아마도 나는 사랑을 먼저 말하면 안 될지도 모른다. 그냥 사랑이 내게 말하기를 누군가 나에게 먼저 사랑을 말할 때 귀를 기울이라고……. 듣지 못한 사랑의 속삭임. 난 그렇게 떠나 보냈다. 그리고 언제나 원망하지 그 사람을”이라며, 사랑을 잃은 우울함을 적어내려갔다.

조가 블로그에 올린 글의 내용과 표현 방식은 올해 4월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의 범인 조승희와 닮은 점이 있다. 조승희도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에서 “너희들의 방탕함도 너의 쾌락적 요구를 채워주기에 충분하지 않아”라고 쓰는 등 극도로 자아에 몰입한 모습을 보여줬다.

◆편지 지문이 결정적 단서

지난 6일 해병대 초병에게서 총기류를 빼앗아 간 뒤, 범인의 편지가 발견된 11일까지 조는 오리무중이었다. 군·경이 수만명(연인원)을 동원했으나 조는 한 번도 검문검색에 걸리지 않고 전국을 누볐다. 경찰이 조를 붙잡은 데는 범인이 부산시 연산동의 한 우체통에 남긴 편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편지에는 ‘나는 총기사건의 주범이다. 총기는 고속도로 백양사 휴게소(전남 장성군)를 지나자마자 옆가에 버렸다’고 적혀 있었다. 조는 또 경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모자의 혈흔은 다른 사람의 것을 묻혔다고 편지에서 밝혔다.

경찰은 12일 새벽 수색을 벌인 끝에 백양사 휴게소 부근 박산교 밑 수로 안에서 탈취됐던 K-2 소총 1정, 수류탄 1개, 실탄 75발(탄창 5개), 유탄 6발 등을 모두 발견했다. 경찰은 편지봉투와 편지지에서 확보한 7개의 지문을 검색해 조의 신원을 찾아냈다. 조가 서울 종로구 단성사 극장 부근에 있을 것이란 정보는 조의 친구를 통해 입수 했다.

강화도 해병대 총기사건 용의자가 12일 서울 종로구 단성사 앞에서 검거, 인천지방경찰 광역수사대로 압송되었다. /김용국 기자young@chosun.com


12일 강화도 총기사건 유력 용의자가 검거에 대한 설명을 김철주 인천지방경찰청이 말하고 있다. /김용국 기자young@chosun.com
s/200710/images/china.gif" align=absMiddle> 중국어로 이 기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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