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과 양동이로 인해전술… 자원봉사자 ‘검은 땀’

입력 2007.12.10 00:55 | 수정 2007.12.10 02:12

“기름덩어리 잘게 부숴라” 방제선 10척 물대포
모래·방파제 붙은 기름 손으로 일일이 닦아

“태안 앞바다 너머로 기름이 흘러가지 못하게 하라.”

9일 민·관·군 합동 방제작업에 동원된 7200여명은 유출된 기름이 태안 앞바다를 벗어나 다른 해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느라 안간힘을 썼다.

이날 오전 11시30분쯤 해경과 기자 등 20여명을 태운 50t짜리 경비정 ‘P31’호는 태안군 신진항을 출발했다. 사고 지점은 신진항에서 북서쪽으로 10㎞ 정도 떨어져 있지만, 경비정이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낌새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고지점을 향해 5분 가량 달렸을까, 갑자기 짙은 기름 냄새가 확 코를 찔렀다. 곧이어 펼쳐진 바다는 온통 기름바다였다. 시커먼 먹물을 뿌려놓은 듯 검은 기름띠는 10~20m 간격으로 사방에 늘어져 있었다. 기름띠 중간중간에는 어른 주먹만한 기름 덩어리와 찌꺼기들이 파도에 휩쓸려 떠다녔다. 경비정이 기름 제거를 위해 내뿜은 흰 포말도 점차 짙은 갈색으로 바뀌었다.
유조선 기름 유출로 오염된 충남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방제작업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이 기름을 수거해 모으고 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오후 12시20분쯤 사고 유조선인 ‘허베이 스피리트호’는 한 탱크에서만 1만500여㎘(추정) 기름이 빠지는 바람에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다. 더 이상 기름이 새 나오지는 않았지만 충돌사고 때 뚫린 구멍에서는 여전히 유(油)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주변 해역에선 방제정 10여 척이 대형파이프를 이용해 기름덩어리와 기름띠를 향해 계속 바닷물을 뿌리고 있었다. 바닷물을 뿌려, 뭉쳐있는 기름을 잘게 흩트려 공기 중으로 자연 발화(發化) 되기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태안 앞바다에는 방제정과 군함 등으로 7개 선단을 구성해 유(油)회수기(기름을 펌프를 이용해 빨아들이는 기계) 등을 이용해 기름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방제에 나섰다. 동원된 선박만 87척에 달했고, 헬기도 5대가 떴다. 또 군인과 경찰, 지역 주민, 자원봉사자 등 7200여명이 오전 5시부터 기름과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방제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유출된 기름이 워낙 많은 데다 원유 특성상 자연적으로 발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도 심하고 장비도 턱없이 부족했다. 해변에서 진행된 방제 작업에는 인근 주민과 공무원들이 삽과 양동이로 기름을 비닐봉지에 퍼담거나 흡착포(바다에 던져 기름을 흡수한 뒤 건져내는 재료)를 던져 끄집어 내는 일을 반복하는 ‘인해전술식’ 방제작업에 매달렸다.

자원봉사에 나선 최수민(40·태안군)씨는 “모래나 암벽, 방파제에 엉겨 붙은 기름은 손으로 일일이 닦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바다로 유출된 기름은 1만㎘가 넘지만 방제작업을 통해 회수한 기름은 156t에 불과했다. 

지난 7일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로 기름 범벅이 된 충남 태안군. 특히 사고 지점으로 가장 많은 기름이 남아있는 만리포 앞 바다에서는 진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서해안에 만톤이 넘는 기름이 유출된 가운데 만리포 해수욕장에는 입구부터 기름 냄새가 뒤덮는다. 게다가 죽은 조개, 게, 불가사리 등이 해안가로 떠밀려 오고 있다. 9일 만리포 해수욕장에는 민,군,관,경 등 60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기름을 퍼내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이 중 외국인 자원 봉사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서울에서 영어 강사를 하고 있는 밴 크루거(24, 미국) 씨와 존 스코필드(23, 미국)씨는 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으로 달려왔다고 한다. 이들은 "바다에 기름이 떠다니는 걸 보니 너무나 끔직하다"며 직접 자원 봉사에 참여했다. 유출된 기름 중 현재 1%인 100톤 가량만 수거가 되었으며 사고가 난 배는 11일 인양될 예정이다. /사진부 VJ 서경덕 기자 jerald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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