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성장이 ‘소국의식’ 덕분이라고?

    입력 : 2007.12.07 23:16

    조선/한국의 내셔널리즘과 소국의식
    기무라 간 지음|김세덕 옮김|산처럼|461쪽|2만8000원

    일본 고베대 정치학 교수인 저자는 7년 전 이 책을 썼을 때 34세였다. 학생 시절 그는 의문을 가졌다. ‘격렬하고 강렬한’ 민족주의적 움직임으로 잘 알려진 한국은, 1960~70년대 아시아·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들이 수입대체 공업화 전술을 채택해 외자를 배제했을 때, 왜 오히려 적극적으로 외자 유치에 나섰을까?

    바로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책은 “한국의 내셔널리즘은 타국과는 무척 다른 논리를 지니고 있었다”고 말한다. 1876년 개항 이후 왜 조선의 지배층은 한 번도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개혁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멸망의 길로 걸어갔을까? 그것은 동아시아 국제질서 속에서 ‘조공 국가’라는 형태로 실질적 독립을 유지하던 나라 고유의, 스스로를 작은 나라라고 인식하는‘소국(小國)의식’이었다는 것이다. 조선왕조가 남북으로부터 위협을 안고 있으면서도 거의 무방비 상태로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약간의 예의를 갖춤으로써 중화제국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물론 안전까지 보장 받을 수 있었던 그 ‘소국의식’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이 ‘소국의식’은 19세기 말 국방력을 갖춰 열강에 대응하는 대신 ‘대국’에 의지해 안전을 확보하려는 의식으로 연결됐다. 또한 광복 이후의 이승만 정권으로 이어져 ‘한국은 소국이기 때문에 대국의 원조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논리로 나타나며, 1960년대 이후의 수출지향 정책으로 계승돼 결과적으로 한국의 경제적 성공을 낳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지나치게 넓은 연구 범위와 의욕이 앞선 도식화 때문에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낸다. 개항 이후 조선에서 ‘유교적 경제방임주의’가 확립되는 과정을 박규수의 사상을 통해 읽어내려는 시도가 그 예인데, 그가 개화파의 사상적 지주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원군 실각 이후에는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이 이제 더 이상 ‘소국’이 아닌 ‘대국’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종래의 ‘소국의식’은 극복과 전환이 필요하다는 타자로서의 시각만큼은 무척 참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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