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연말, 폭탄주와 이별하련다

    입력 : 2007.12.03 23:59

    ‘술 없는 송년회’ 인기
    몸짱 동호회, 웰빙요리 먹으며 헬스 강의 들어
    패션쇼·가장무도회 이벤트로 스트레스 풀기도

    송년회 풍속도가 확 바뀌고 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 술 먹고 다 잊어!”라고 외치며 새벽까지 술집을 전전하던 송년회는 좀처럼 찾기 힘들어졌다. 대신, 각종 공연과 이색 이벤트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술 없는 송년회’가 많아졌다. ‘술과 안주’ 대신 ‘건강식단’을 차려 놓고 유명인 초청 강의를 듣는가 하면, 패션쇼 무대에 올라 숨어있던 끼를 발산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가족 동반으로 케이크 파티를 열거나 공연을 관람하는 ‘가족 참여형 송년회’도 늘었다.

    ◆‘술’ 대신 ‘샐러드’ 택한 몸짱들

    “1시간의 술로, 1년간 공들였던 몸을 망가뜨릴 순 없죠! 저흰 술 대신 샐러드를 먹습니다.” 푸르덴셜생명 사내 헬스 동호회인 ‘BMH (Bigger men’s house)’ 회원 23명은 오는 6일, 사내 소강당에서 ‘샐러드 송년회’를 갖는다.

    이들 앞에 놓일 식단은 양상추와 바나나, 삶은 달걀, 고구마, 감자, 그리고 닭 가슴살. 음료는 술 대신 초콜릿 맛을 내는 단백질 보충제가 첨가된 우유가 준비된다.

    송년회의 하이라이트는 배용준의 전담 트레이너로 알려진 임종필(31)씨의 특강. ‘왕(王)자 만들기’ ‘뱃살 빼기’ 등에 관한 비결을 듣고, 운동 실습도 해본다. BMH 회장 정연태(33·인사부 대리)씨는 “새해에는 보디빌더들이 먹는 건강식단을 생활화하자는 의미”라며 “술은 입에 대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회사원 김주연(여·25·서울 여의도)씨와 대학 동기들도 송년회 때 ‘술’ 대신 ‘웰빙 요리’를 택했다. 15일 주방시설을 갖춘 레지던스 호텔에 모여, 과일 카나페, 유부초밥 등 웰빙 요리 5~6가지를 직접 만들어 먹을 계획이다. 김씨는 “과음하면 금방 피곤해져 대화도 길게 못한다”며 “대신 몸에 좋은 요리를 먹으면서 한 해 동안의 회사생활, 새해 계획이나 남자친구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쇼핑몰 SK엔카 직원들이 지난해 송년회에서 마릴린 먼로·수퍼우먼 등의 캐릭터로 분장하고 패션쇼를 하고 있다. 이런‘술 없는 송년회’가 올해 송년회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SK엔카 제공
    ◆이색 퍼포먼스로 ‘화려한 변신’

    송년회에서 ‘화려한 변신’의 퍼포먼스를 하는 모임도 늘고 있다. ‘10병의 술’보다, ‘한 번의 일탈’이 1년간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에서다. 다국적 홍보회사 에델만 코리아 전 직원 55명은 1980년대 촌티 나는 복고풍 의상을 입고 14일 서울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모이기로 했다. 송년회 제목은 “부기나이트―80년대로의 회귀”다.

    그 당시 유행했던 고고 댄스, 통기타 연주 등 어떤 장기자랑이든 준비해 와야 한다. 허주현 대리는 “1년간 숨겨 놨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자리”라며 “밤새 술 마시고 하룻밤에 끝나버리는 송년회가 아니라 공연을 준비하면서 동료들과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라 좋다”고 말했다.

    시계·보석 수입업체 ‘우림 FMG’ 직원 300여명은 10일 서울 이태원 한 호텔에서 만화 주인공 캐릭터 등으로 분장하는 ‘가장무도회’로 송년모임을 한다. 각 부서별로 ‘황금 돼지’ ‘원더걸스’ 등을 테마로 의상을 꾸미고 나와 ‘벨리댄스’ ‘텔미 춤’ 같은 장기자랑을 한다. 직원 김지선(여·27)씨는 “요즘 유행하는 황금색 드레스랑 가발도 사놨다”며 “1년에 딱 하루, 무조건 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설렌다”고 했다.

    온라인의류쇼핑몰 패션플러스는 회사에 널리고 널린 게 옷이지만 정작 직원들은 입어보지 못했던 옷들을 직원들에게 대여한다. 사내 코디네이터들이 직원들을 공주처럼 꾸며주고, 사진작가가 전문스튜디오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지멘스 코리아 20~30대 남녀직원 10여명은 인기 가수그룹 ‘원더걸스’로 깜짝 변신을 한다. 900여명의 직원들 앞에서 ‘텔미’ 노래에 맞춰 ‘살랑살랑 춤’을 출 계획이다.

    ◆가족 참여형 송년회 늘어

    가족동반 송년회도 늘고 있다. 정보보안업체 시스코 코리아는 18일 직원 가족들을 모두 불러 놓고 다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위해서 ‘케이크 만들기’,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기’, ‘삼행시 짓기’ 등 행사도 진행한다. 술은 아예 입에도 안 댄다. 화장품업체 로레알은 송년회 제목을 아예 ‘어린이 파티’로 잡았다. 산타클로스가 나타나 직원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아기자기한 이벤트가 열린다.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를 건설 중인 인천대교㈜ 직원과 가족 150명은 오는 21일, 예술의전당에서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관람한다. 이연수(37) 과장은 “건설업은 야근과 주말 근무가 잦아 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오랜만에 가족과 오붓하게 문화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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