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삼성증권 압수수색이 매우 이례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장소에 며칠씩 머물며 필요한 정보만 뽑아오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특수본부)는 2일에도 삼성증권 전산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사흘째 계속했다. 검사·수사관들이 현장에서 교대로 밤을 새우며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압수수색은 (나흘째인) 3일 오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통상 계좌가 아닌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의 경우, 해당 장소에 가서 필요한 자료나 컴퓨터·하드디스크 등을 통째로 가져왔다. 하지만 특수본부는 삼성증권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도록 전산자료를 열람·검색만 하다가,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다운로드하거나 그 자리에서 출력해 압수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삼성증권의 업무상 손실을 최소화하고, 자료에 대한 ‘싹쓸이 논란’을 피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기업체가 운용하고 있는 컴퓨터나 하드디스크를 그대로 가져올 경우, 해당 기업으로서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삼성증권 전산센터에는 범죄와 관련이 없는 증권고객 정보 등 ‘제3자’의 데이터도 상당수 저장돼 있기 때문에, 선별적 압수수색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특수본부가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정보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특수본부 김수남 차장검사는 “들여다보는 자료의 양이 4.8테라바이트에 이른다”며 “이는 보통 개인용 컴퓨터(PC) 50대에 해당하는 분량”이라고 말했다.
1테라바이트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한글’ 문서를 기준으로 글자 크기와 줄 간격을 적용했을 때, A4용지로 약 3억장에 해당하는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이다. 4.8테라바이트는 같은 기준으로 A4용지 14억장에 해당하며, A4용지 1장의 두께를 0.1㎜로 쳤을 때, 위로 쌓으면 140㎞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