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30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자 “결국 올 것이 왔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 관계자들은 이날 하루 종일 침통한 분위기였다. 삼성은 이날 오전 검찰이 삼성증권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이번에 의혹이 제기된 차명계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예상했다”며 “검찰 수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삼성증권 전산센터(수서), 삼성SDS 데이터 센터(과천)에 대한 압수수색이 전격 진행되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SDS 데이터 센터는 그룹 계열사의 전산 데이터를 관리하는 곳으로 과천과 구미에 있다. 삼성은 검찰이 전자결재관련 문서 등 전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김 변호사에 의해 비자금 관리를 위한 차명계좌가 개설된 기관으로 거론된 바 있다. 또한 삼성SDS는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전무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싼값에 발행한 회사로 지목되기도 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12월 1일)을 하루 앞두고 검찰의 압수수색이 단행된 데 대해 “이 회장과 그룹이 지난 20년간 이룬 성과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며 “경영 차질이 심각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그룹 관계자들은 삼성증권에 이어 다른 계열사와 전략기획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조만간 실시될 것으로 보고 긴장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