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증권(016360)과 삼성SDS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런 가운데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비자금 사건의 핵심관련자로 지목했던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이 해외로 출국, 김 변호사측이 발끈하고 있다.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가 30일 삼성증권과 본사와 전산센터,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등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타워 삼성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한데 이어, 오후에는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삼성증권 정보시스템팀과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삼성SDS e-데이터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삼성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될 것이란 소문은 전날 저녁부터 나돌았다. 특히 김용철 변호사가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한 삼성물산이나 삼성SDI 등 비(非)금융 계열사들이 압수수색의 1순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삼성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증권이 첫번째로 압수수색을 당하자, 삼성증권은 물론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크게 당황해 했다. 압수수색 소식을 들은 삼성그룹 관계자는 "당혹스럽고,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증권 정보시스템팀은 삼성증권의 전산센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삼성SDS의 과천 e-데이터센터는 삼성 금융계열사의 백업자료가 보관돼 있다. 검찰이 삼성증권의 전산자료가 삭제됐을 가능성에 대비해 백업자료까지 압수수색한 것이다.

그동안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입장을 보여온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증권 압수수색 소식에 대해 "(검찰이) 가장 효율적인 수사방법을 택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검찰이 차명 주식계좌 등을 노리고 삼성증권을 압수수색했을 것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이와 관련, 김용철 변호사측은 "검찰이 삼성 구조본(그룹 전략기획실) 임직원 이름으로 개설된 차명계좌만 밝혀내도 상당한 금액의 비자금의 존재 여부가 밝혀질 것이고, 그 계좌의 자금출처와 사용처를 수사하면 정,관,법조계 로비 등의 실체도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삼성증권 압수수색 하루전인 지난 29일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비자금 사건의 핵심관련자로 지목했던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이 갑작스레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영기 전 사장은 삼성생명 전무, 삼성투자신탁 사장, 삼성증권 사장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요직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한나라당 경제살리기 특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황 전 사장은 지난 2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삼성계좌를 차명으로 가지고 있다고 (김용철 변호사 등이)하는데 본인은 전혀 아는 바 없다"며 "(김 변호사에 대해) 민사와 형사소송 모두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비자금 사건의 핵심관련자로 지목했던 황영기씨의 갑작스러운 출국은 그동안 이중수사 운운하면서 수사를 지연시켜온 검찰 태도의 문제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