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23일 임기를 마치고 검찰을 떠난 정상명(鄭相明·57) 검찰총장은 대선 정국의 변수가 될 BBK사건과, 삼성 비리에 대한 특별감찰 등 민감한 수사 상황과 관련해 “지금 검찰은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한복판에 놓여 있고, 온 국민이 검찰을 주시하고 있다”며 “여러분에게 어려운 일만 남기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또 “에베레스트 산꼭대기는 눈으로 덮여 있지 않고 검은빛의 암벽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며 “진실의 칼 하나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안영욱(安永昱·52) 서울중앙지검장도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국운과 검찰의 장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을 수사 중”이라며 “정치적 이해나 유·불리를 떠나 실체적 진실만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달라”고 검사들에게 당부했다.

2005년 11월 24일 35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정 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사상 첫 수사지휘권 행사에 따른 갈등으로 전임 김종빈 총장이 취임 6개월 만에 중도 퇴진해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검찰의 수장이 됐다. 2년의 임기를 정확히 채우고 떠나는 지금도 검찰에는 BBK사건, 삼성 비자금과 로비의혹 사건 등 민감한 사안들이 잔뜩 쌓여 있다. 검찰의 위기 때 총장에 취임했다가 역시 위기 때 퇴임하는 것이다.

퇴임식이 끝난 뒤 검찰 후배들과 기념 촬영을 한 정 총장은 “밖에 있는 사람이 불안하지 않도록 열심히 잘해라. 용기를 잃지 말고 힘내라”는 말을 남기고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