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법이 속전속결로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법이 실제로 발효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제 특검법안은 국회를 떠나 정부로 이송된다.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 카드를 꺼내들기에 우호적인 환경은 못된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지 예상키 어렵다. 법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재벌그룹인 삼성과 검찰· 정치권· 언론· 정부기구 등 사회 각계의 부패고리를 파헤치는 것은 물론,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과 2002년 대선자금까지 거론하는 등 조사 대상을 전방위로 하고 있다.

◇ 청와대의 결단은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국회 본회의 표결 전 열렸던 정례브리핑에서 특검법안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시간을 갖고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 여론과 국회 현실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미루어,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 국회는 그 법률안을 다시 표결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재의결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이날 본회의 표결 결과는 찬성 155, 반대와 기권 각 17로 압도적이었다. 때문에 청와대가 거부권을 사용하고도 법안이 발효되는 `수모` 가능성을 무릅쓰고 거부권 행사를 감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 남은 절차는

이날 국회를 통과한 법에 대해 청와대는 며칠 안에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법은 대통령이 공표(최장 15일)를 하고 특별검사를 임명하게 된다.

특검은 대통령이 대한변협으로부터 3명의 후보를 추천받아 이 중 1명을 임명토록 돼 있는데, 이 과정에는 최장 15일이 걸린다.

임명된 다음에는 20일간 특검보,수사관을 임명하고 사무실을 확보하는 등 수사 준비기간을 갖는다.

이같은 기간들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수사 착수는 아무리 빨라도 올해 말, 내년초나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기본 수사기간은 60일이다. 그러나 1차와 2차 각각 30일과 15일까지 연장할 수 있어 최장 105일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 내년 4월까지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별검사가 공소제기한 사건에 대해 1심은 3개월, 2·3심은 2개월 안에 판결 선고가 나와야 한다. 따라서 판결이 확정되는데까지는 지금으로부터 1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파장 어디까지

특검법이 발효된다 해도 당장 대선구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이 청와대 문턱까지 무사히 넘어선다 하더라도 실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려면 아무리 빨라도 대선이 끝난 다음인 12월말이나 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특검법을 적극적으로 밀어부쳤던 여권의 소망대로 `부패 대 반 부패` 구도가 형성되면서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 모두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대선과 달리 수사 기간을 감안하면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에는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제 1 당사자인 삼성그룹은 내년 상반기 이후까지 정상 경영이 어려울 전망이다. 그룹의 최대 약점인 삼성의 소유,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구도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검찰은 `조직의 최대 위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뿌리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특검을 계기로 조직 자체에 근원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또 특검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실에 따라 다른 재벌그룹의 로비의혹이 불거질 수도 있고, 정치권으로도 얼마든지 불똥이 튈 수 있다. 수사 대상과 범위가 워낙 넓어 특검이 어디까지 갈 지 누구도 예측키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