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19일 삼성 그룹으로 받았다 돌려줬다고 공개한 100만원짜리 돈다발을 묶은 흰색 종이띠에‘서울은행 B①분당지점’이라는 도장이 찍혀 눈길을 끈다.
금융계에서 '횡선방'이라고 불리는 이 도장은 과거 은행들이 돈의 출처를 표시하기 위해 현금 다발을 묶는 종이띠나 자기앞 수표에 찍던 것이다.
이 전 비서관이 참여연대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으로 구성된'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에 제출한 자술서에 따르면 그가 삼성 법무팀에 근무했던 이경훈 변호사를 통해 현금 500만원의 받은 시점은 지난 2004년 1월.
그러나 서울은행은 지난 2002년 말 하나은행에 합병돼 2004년에는 이미 이름마저 사라진 상태였다.
또한 하나은행에 따르면 과거 서울은행 시절 현금 돈다발에 ‘횡선방’을 찍는 관행이 있었지만 지난 2002년말 합병한 뒤에는 이 관행이 사라져 지점 창구 은행원의 도장만 찍고 있다.
결국 문제의 돈은 이 전 비서관이 돈을 받은시점인 2004년이 아니라 지난 2002년말 합병 이전에 서울은행에서 인출된 돈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이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불법 비자금으로 정치권에 대선자금을 제공한 적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전 비서관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이 돈이 2002년 이전에 조성됐던 삼성의 불법 비자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혹이 나온다.
한편 하나은행측은 ‘서울은행 B①분당지점’이라는 도장이 당시 서울은행에서 찍은 것이 맞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분당지점 등에 확인해 본 결과 당시 해당 도장이 이 사용됐는지 기억하는 직원이 없었다”며 “당시 서울은행에서 찍은 것인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는 이경훈 변호사에게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며 “현재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그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지만 연락처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은 이날 오전 이 전 비서관이 삼성 측으로부터 명절 선물을 가장해 현금 5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되돌려 줬다는 내용의 자술서와 사진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