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떡값 제공 의혹 폭로로 비롯된 특별검사법 정국이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및 당선축하금 공방으로까지 옮아 붙었다. 만약 이 특검법안이 통과되면 노 대통령은 퇴임 후 수사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은 15일 ‘불법 대선자금 및 최고 권력층 로비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비자금 문제의 본질은 DJ(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아래서 일어난 (삼성의) 정권 로비사건”이라면서 “만일 삼성이 많은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했다면 용처는 대부분 정권을 상대로 한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명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뒤지다 보면 권력형 로비사건이 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청와대측은 펄쩍 뛰고 있다.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는 것이다. 천호선 대변인은 14일에 이어 15일에도 “당선축하금이나 사례금은 한나라당이 만든 소설”이라면서 “대선자금 수사 때 철저히 다뤄지지 않은 것은 오히려 수백억원에 이르는 한나라당 대선자금의 용처”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 착수는 고소·고발이든 인지(認知)든 단서가 있어야 한다”면서 “아무런 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특별검사를 도입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쪽은 대체로 청와대측과 입장이 비슷하지만 계파별로 강도가 다르다. 친노(親盧) 진영 인사들은 당연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나 정동영 후보측의 김현미 대변인은 “단서가 나오면 하는 것이지만 한나라당의 공세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신당이 한나라당 법안에 찬성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만약 정동영 후보측이 대선전략 차원에서 받아들일 경우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당측은 청와대가 전날 ‘3당 특검법안’의 수사대상을 좁혀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김효석 원내대표가 ‘수용의사’를 밝혔다가 바로 뒤이어 최재성 대변인이 이를 부인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