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3당(黨)이 삼성 비자금 특검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3당은 14일 소속 의원 150명 명의로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검사 법안’을 제출했다. 3당의 대선후보들은 전날 모임을 갖고 삼성 비자금 특검에 합의한 지 하루 만이다.

3당이 삼성 특검 문제에 속전속결로 나선 것은, 이를 통해 불리한 대선 구도를 흔들어 보겠다는 생각에서다. 신당은 삼성 특검을 소재 삼아 대선을 ‘부패 대 반(反)부패 구도’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좌파 진영의 대선후보 단일화 내지는, 반(反)한나라당 연대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3당의 법안은 1997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10년 동안의 삼성 비자금 조성 주체 및 사용처, 삼성그룹의 불법 상속 의혹을 특검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된다. 수사 기간도 최장 6개월에 이른다. 범여권이 삼성 그룹과의 전면전에 나선 듯한 태세다.

한나라당도 3당의 공세에 즉각 맞대응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적으로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무기는 2002년 대선자금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이다. 특검 수사 대상에 이 문제가 포함되는 것 자체가 노 대통령의 임기 말, 더 나아가 퇴임 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정치적 폭발성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특검법안을 제출한다.

이에 청와대는 발끈했다. 한나라당의 당선축하금 주장은 “실체가 없는 유언비어”라며 “허위 사실을 억지로 끌어다 붙이려는 악의적인 태도”라고 비난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또 3당의 특검법에 대해서도 “수사 대상이 광범위하고 현재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로 재검토를 요구했다. 사실상의 반대 입장이다. 벌써부터 청와대가 정치권의 삼성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선 D-34일 시점에서 정치권이 지핀 삼성 특검 입법의 불씨가 어디로 튈 것이며, 그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에 대해선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