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마마보이?

조선일보
  • 김윤덕 기자
    입력 2007.11.13 23:59 | 수정 2007.11.14 02:39

    엄마품 떠나면 속수무책인 당신의 아들…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아들 씩씩하게 키우기
    “사춘기때 아버지와 친밀감 가져 세상 사는 역할모델 찾아야”

    결혼 8년 만에 얻은 아홉 살짜리 외동아들을 애지중지 키우는 조연경(42)씨는 ‘겨울새’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능력 있고 자상하지만 우유부단한 피부과 의사 아들을 로봇 조종하듯 좌지우지하는 50대 엄마의 모습이 섬뜩해서다. 그예 남편이 정곡을 찔렀다. “미래의 우리 집 모자(母子)를 보는 듯하구먼. 눈밑에 점만 찍으면 딱이야.” 연경씨뿐일까. 인수대비의 치마 폭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청년 성종처럼, 그렇잖아도 드센 딸들에게 밀리는 아들들을 점점 더 나약하게 키우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엄마들. 마마보이가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란다. 이탈리아에서 발생하는 이혼 10건 중 3건은 어머니와 찰떡처럼 지내는 맘모니(mommoni:앞치마에 매달린 아들) 남편들 때문이고, 미국에선 취직한 아들의 연봉협상까지 대신하려는 헬리콥터 맘들 때문에 골치란다. 아들 결혼식에서 우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면 전문가들 의견에 귀 기울여보자.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아이는 독립을 원한다

    심한 경우 의존성 성격장애, 분리불안장애로 불리는 ‘마마보이’. 이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아이가 엄마로부터 독립을 준비하는 시기는 걸음마를 걷기 시작해 만 3세가 되었을 무렵. 조혜수 자광아동가정상담원 상담실장은 “이 시기에 엄마와의 정서적 애착이 건강하게 이뤄져야 분리도 그만큼 잘 이뤄진다”고 충고한다. “내가 필요할 때 엄마는 반드시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형성돼야만 분리도 건강하게 이뤄지죠.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엄마가 도맡아 해준다든지, 같은 상황에서도 엄마가 이랬다 저랬다 변덕이 심하면 아이가 마음 놓고 엄마와 떨어지기 힘들어 합니다.”

    드라마 ‘겨울새’의 마마보이 아들이 어머니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 또한 어린 시절 각인된 엄마에 대한 불안증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고개를 들기 때문이라고. 조 실장은 “부모 말 고분고분 잘 듣고 착한 아이라고 해서 뿌듯해 할 일이 아니다”면서 “반항할 때는 반항하고 자기 주장을 펼쳐 대립도 하면서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건강한 자아를 형성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아빠가 많이 놀아주면 마마보이 될 염려 없어요.”지난 11일 삼성어린이박물관에서 열린‘아빠랑 나랑’행사에 참여한 아버지와 아들이 미술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태경 객원기자 ecaro@chosun.com

    ‘사랑’이란 이름으로 당신의 아이를 망치고 있다

    아주대 의대 정신과 조선미 교수는 마마보이는 일차적으로 엄마의 양육 태도에서 발생한다고 진단한다. “학습 이외에 스스로 할 수 있는 다른 일상의 경험들을 차단하는 거죠. 친구도 엄마가 정해 사귀게 하고요. 주변에선 열성엄마라고 칭찬할지 모르지만 그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망치는 길입니다.” 실제로 이런 엄마들은 자기만큼은 아이를 마마보이로 키우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보다 더 아픈 엄마들’이란 책을 펴낸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엄마가 알아서 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볼 수도 배울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존재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라면서 “엄마가 제공하는 경험에 따라 아이의 지적 발달에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아이가 타고나는 본성의 차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엄마의 결정에 의해 성장한 아이는 스스로 성취하겠다는 의지 없이 평생 ‘M&F(Mother&Father) 펀드’에만 의지하려 하고, 결혼 후에도 배우자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지 않으면 바로 엄마에게 달려간다는 것. 조선미 교수는 “이런 엄마들은 양육의 1차 목표를 자신에게서 아이를 한 걸음씩 떨어져 나가게 하는 것으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뒤 실패해서 돌아왔을 때 위로해주고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뿐입니다.”



    권위적인 아버지, 무관심한 아버지가 ‘마마보이’ 만든다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을 쓴 호주 심리학자 스티브 비덜프는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가 없이 자란 아들은 폭력적인 마초 아니면 자신감이 결여된 마마보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유타대 심리학과 전겸구 교수는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들은 더 이상 엄마의 말을 듣지 않으면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아버지 상(father figure)을 절실히 요구하게 된다”고 말한다.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도 “전통적으로 어머니의 역할이 정서적 돌봄에 있다면 아버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전 정신, 규율, 책임감, 미래지향성에 있어 역할 모델이 되어줘야 한다”고 충고한다.

    3년째 주말마다 ‘아빠랑 나랑’이라는 미술놀이교실을 운영해 호응을 얻고 있는 삼성어린이박물관의 장화정 학예연구실장은 “시간이 없다는 것은 아빠의 역할이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몰라서 하는 핑계”라면서 “짧게라도 아빠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갖게 하거나 캠프를 통해 부모와 자녀 사이에 물리적인 거리를 두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11일 오전 송파구 삼성어린이박물관을 찾은 아빠와 아이 커플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태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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