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해 본 적 없는 것들만 생각했죠”

입력 2007.11.12 00:16

세계 3대 디자인상 ‘레드 닷 상’ 대상 박금준 ‘601 비상’ 대표

‘다들 하는 대로 해버리면 쉬울 수도 있는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누구도 해 본 적 없는 것들을 생각한다.’

국내 디자이너들 사이에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꼽히는 디자인 회사 ‘601 비상(飛上)’의 박금준(45) 대표는 사무실 문에 이런 글귀를 써놓고 일하는 사람이다. 크리에이티브(Creative·창조적인 작업)에 대한 박 대표의 남다른 고집이 마침내 빨갛게 영글었다. 그는 지난 8일 발표된 독일의 ‘레드 닷 디자인 상(Red dot Design Award) 2007’의 커뮤니케이션(시각 디자인) 부문에서 대상(大賞)을 탔다. 레드 닷 상은 미국의 IDEA, 독일의 iF디자인상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상. 제품과 콘셉트 디자인 분야에서는 삼성, LG 등 한국 기업이 대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시각 디자인 분야에서 한국인이 대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제 인생은 ‘5년 주기설’을 따라요. 졸업(홍익대 시각디자인과)하고 쌍용에서 5년, 제일기획에서 5년 일했어요. ‘601 비상’ 만들고 5년 되는 해 사옥을 지었고요. 또 5년 만에 이렇게 경사가 났네요.”
박 대표는 수상 소감을 묻자 난데없이 인생의 ‘5년 주기설’을 꺼냈다. 숫자의 규칙성으로 사물 보기. 그의 독특한 사고방식이다. 회사 이름에도 숫자 ‘601’이 들어있다. 혹자는 “사무실이 601호냐” “리바이스 601 라인이 나오느냐”고 묻지만, 사연은 이렇다. 자기 성(姓)의 영문 이니셜 ‘P’와, 함께 일을 시작한 디자이너 정종인, 김한 씨 성의 영문 이니셜 ‘J’와 ‘K’를 숫자 십진법에 대입했더니 601이 나왔다. 우연의 일치인지 셋이서 회사 설립을 도모한 날도 6월 1일. 그래서 회사 이름에 ‘601’을 넣었단다.

이런 식의 엉뚱한 상상력은 그가 작품을 만들어 내는 동력이다. 이번에 대상을 받은 작품은 박 대표가 5년째 기획하고 있는 ‘아트북 프로젝트’의 지난해 행사 포스터와 전시안내 포스터. 행사 포스터는 사과 포장지를 꽃으로 형상화해 만들었고, 전시 포스터는 남은 행사 포스터 위에 먹으로 한번 덧칠해 만들었다.

대상과 함께 받은 또 다른 당선작은 ‘재활용 달력’. 한번 만들어 5년 동안 쓰는 달력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달력을 회수해, 지난해 날짜와 겹치지 않게 빈 공간에 다음해 날짜를 집어 넣어 다시 쓰게 한다. 달력 한 장에 5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이는 격. 박 대표는 “심사위원단이 ‘폐품 활용 정신’에 점수를 후하게 줬나 보다”며 웃었다.

박씨는 이미 국제적으로 알려진 시각 디자이너. 2002년 한국인 최초로 뉴욕 아트디렉터즈 클럽(ADC)에서 금상을 받았고, 2005년 세계적인 광고제인 뉴욕의 ‘원쇼(The One Show)’에서 은상을 받았다. 지난해 아트북으로 레드 닷 상(일반 당선)을 받기도 했다. 그가 만든 ‘폐품 달력’은 고등학교 ‘미술과 생활’ 교과서에 실려있다.

박 대표의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다음달 6일 레드 닷 본사가 있는 독일 에센(Essen)에서 ‘레드 닷 그랑프리(대상 27점 중 선정)’가 깜짝 발표되기 때문이다. “에센 하늘에 꼭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어요.” 12월 6일. 회사 상징숫자 6과 1이 들어있는 날, 그의 꿈은 또 한번 발갛게 영글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