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명박은 “내 탓”이라 했다, 박근혜의 선택은

조선일보
입력 2007.11.11 22:48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은 분열 때문에 또 한 번 정권교체에 실패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경선이 끝난 지금 따뜻하고 진정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모든 일이 누구의 탓도 아니고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정권을 창출하고, 그 후에도 주요한 국정 현안을 협의하는 정치적 파트너 및 동반자로서 함께 나아가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앞으로 이른바 黨權당권과 大權대권을 분리한 한나라당 당헌·당규를 지키겠으며, 내년 총선도 당 대표를 중심으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박 전 대표의 당에 대한 지분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이 후보는 또 박 전 대표, 강재섭 대표와의 정례 회동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이런 발표를 하게 된 것은 이회창씨의 출마로 야권이 분열되고 있는데도 박 전 대표가 자신을 명시적으로 지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절박한 만큼 이 후보의 이날 발표엔 진심이 담겨 있는 듯하다.

사실 합법적으로 선출된 당 후보와 경선 승복을 국민 앞에 약속한 경쟁자 사이에 새삼스럽게 “동반자”니, “권력 분산”이니, “정례 회동”이니 하는 말이 오간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이 후보는 이날 이런 비정상을 모두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끌어안았다.

이 후보는 회견에서 “지난 며칠 동안 경선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성찰했다”며 “이제 더 낮은 자세로 다시 시작하겠다. 유·불리는 따지지 않고 ‘마음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경선 이후 국민이 이 후보에게서 본 것은 대세론에 안주하는 自慢자만뿐이었다. 지금 이 후보가 당을 통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것은 총선 공천권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것이 아니라 이 自慢자만을 진정으로 버리느냐에 달려 있다. 상황 모면을 위한 이런저런 기교는 그 실체가 곧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자신의 眞情진정을 행동으로 표시할 때다.

이제 정말 공은 박 전 대표에게로 넘어왔다. 박 전 대표는 오늘 그동안의 칩거를 끝내고 입장을 밝힌다고 한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는 경선 승리자 이 후보의 책임이 컸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가 경선에서 승리했더라면 사태는 지금과 딴판이었을까. 패자인 이 후보 측 참모들을 덥석 껴안아 선거운동의 핵심에 들어앉히고 당의 요직을 선뜻 맡겼을까. 박 전 대표가 승리했더라도 1년여의 피 튀기는 듯했던 경선의 마무리가 깔끔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易地思之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박 전 대표는 경선 불복이라는 우리 정치의 고질병을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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