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클리비즈

구글 ‘신나는 정글’

입력 : 2007.11.09 15:40

스페셜 리포트 세계 최고 직장을 가다 - 美 구글社 현지르포
지구촌 ‘넥타이부대’의 로망…화장실에서도 행복하다
■ 모험의 정글
매일매일 새로운 일에 도전
화장실에서도 퀴즈에 도전, 게다가 맞추면 상금까지!
점심식사조차 모험, 17개 구내식당 중 어디서 먹을까?
‘맛있는 고민’을 하는 직장, “아침에 눈뜨면 회사 갈 생각에 행복해요”
■ 생존의 정글
즐겁게 일하지만 살아남아야 하는 곳
보이지 않는 치열한 두뇌싸움
서로가 서로를 점수 매기는 ‘동료 평가제’
“내가 회사 속도를 못따라갈까봐 종종 두려워요”

지난달 3일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 구글 본사. 여느 회사라면 책상에 앉아 한창 일에 몰두할 수요일 오후 2시. 하지만 구글 직원들은 열대 식물이 우거진 야외에서 맘껏 놀았다. 하얀 모래가 깔린 배구장에는 남녀 4명이 반바지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배구 게임에 한창이다. 구글을 상징하는 파랑, 빨강, 초록, 노랑색 파라솔 아래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허리를 뒤로 젖히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구글은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1위에 이어, 지난 5월엔 미국 경영대학원(MBA) 학생 5451명을 설문조사 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최고 연봉과 탄탄한 경력을 보장하는 IB(투자은행)와 컨설팅 회사를 제쳤다.

구글에는 매일 3000개의 입사지원서와 1300통의 이력서가 쇄도한다. 구글은 이런 잠재적 인력 풀(pool)을 기반으로 최근 공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올 들어 하루에 19명 꼴로 직원을 채용해 불과 9개월 만에 전체 인력 규모를 1.5배(1만5916명·9월말 전세계 기준)까지 급격히 끌어올렸다.

기자가 찾은 구글 본사는 회사 전체가 거대하고 재미있는 R&D(연구개발)센터였다. 구글 직원들은 놀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냈고, 일을 통해 즐거움을 얻었다. 놀라운 복지와 열린 기업문화, 직원들의 고민과 회사의 대응까지, 직장인들이 선망하는 기업 ‘구글’을 해부했다.




‘비디오 게임기와 당구대, 피아노가 놓인 사무실과 호텔급 유기농 음식을 공짜로 제공하는 식당. 하루의 피로를 풀어 줄 전문 마사지사와 의료진, 여기에 세탁·이발·자동차 오일까지 해결해 준다면….’

1998년 가을 스탠퍼드대의 두 공학도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은 먼지가 수북이 쌓인 캘리포니아의 한 차고에서 파스타를 나눠 먹으며 유쾌한 상상을 떠올렸다. 학교에서 북쪽으로 80㎞ 떨어진 작은 마을 차고를 월 1700달러에 빌려, 자체 개발한 검색엔진에 ‘구글’이란 이름을 붙이고, 식사는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충 때우던 시절이었다. 몇 년 뒤 두 대학원생은 IT 역사에 남을 벤처 신화를 이룩하며 돈방석에 올랐고, 자신들의 상상력을 하나씩 현실에 구현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구상은, 엔지니어들이 자유분방하게 뛰놀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일종의 거대한 놀이 동산이었다.
구글 직원들이‘큐브’라 불리는 사무실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놀고 있다. /구글 제공

■ 일과 놀이의 경계를 무너뜨려라

지난달 3일 오전 9시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 구글 캠퍼스. 메인 건물 역할을 하는 43번 빌딩 로비에 들어서자 너비 10m의 화이트 보드가 기념비처럼 가로놓여 있었다. 보드는 휘갈겨 쓴 수학공식과 도형, 모교(母校)의 심벌 따위로 빽빽이 채워져 있다. 이 거대한 낙서장은 창업 초기 혁신적인 서비스의 단초를 제공하는 아이디어 창고 역할을 했다.

‘구글 플렉스(plex·단지)’에서는 일터와 놀이터의 경계가 무너진다. 구글러(Googler·구글 직원)들은 이곳을 직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캠퍼스라고 부른다. 곳곳에 혁신과 창의의 정신이 흘러 넘친다. 캠퍼스 전체가 R&D(연구개발) 센터다.

건물 내 화장실 소변기·양변기의 눈높이엔 복잡한 공식이 가득한 문제지가 걸려 있다. 화장실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구글 엔지니어들의 머리는 자극을 받는다. ‘토트’(ttot·testing on the toilet)라 불리는 이 수학 게임은 구글 엔지니어들이 심심풀이 용으로 매주 새로 만든다. 정답을 맞춰 전용홈페이지에 입력하면 상금을 받는다.

각 층마다 온갖 놀거리가 가득 차 있었다. 대형 TV앞의 비디오 게임기와 로비 계단 밑에 놓인 전자식 피아노, 카페테리아의 푹신한 소파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구글러들의 또 다른 취미는 3~4명의 팀이 머무는 사무실 ‘큐브(cube·정육면체)’를 꾸미는 것이다. 메인 건물의 한 사무실은 온통 만화 ‘심슨’ 캐릭터로 도배돼 있다. 모래가 깔린 고무 튜브 수영장을 들여 놓은 큐브도 있다. 한 30대 엔지니어는 최근 “사내의 유행에 따라” 책상과 의자를 가슴 높이까지 오는 입식(立式)으로 바꿨다.

입사 2년 차 온라인광고 소프트웨어 개발자 미셸 레베스크(Leves que·여·24)는 “아침에 눈을 뜨면 행복하다”고 했다. 레베스크는 매일 아침 집 근처 정류장에서 직원 전용 리무진 버스에 오른다. 무선랜이 지원되는 좌석에서 메일을 체크하고 하루의 일과를 준비한다. 회사에 도착하면 건물 내 카페테리아에서 신선한 과일과 시리얼, 카푸치노 한 잔을 집어 들고 사무실로 향한다. 점심은 더 행복한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식·프랑스식·인도식·중식·일식 등 호텔급 유기농 음식을 공짜로 제공하는 구내 식당이 17개나 되기 때문이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모형과 열대 식물이 가득한 건물 주변을 산책한다. “혼자 틀어박혀 서류 작업만 하거나, 팀원들과 몇 시간 동안 잡담을 하기도 해요. 프로그래밍에 몰두해 밤을 새우기도 하고, 그냥 하루종일 구상에만 잠겨있는 날도 있어요. 그때그때 나 자신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일해요.”

구글 캠퍼스엔 양식·중식·일식·인도식 등 호텔급 유기농 음식을 공짜로 제공하는 식당만 17개에 이른다. /블룸버그 ▶해변처럼 꾸며놓은 사무실에 앉아 작업 중인 구글 직원. /구글제공

■ 반바지·샌들 걸치고
토론하는 전략회의

마침 이날은 두 창업자가 참석하는 ‘3분기 구글 전략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오전 10시 메인 건물 맞은편 40번 빌딩 1층 로비의 사내식당 ‘찰리스 카페’는 시끌벅적했다. 직원 300여 명이 의자에 기대 앉아 음료수를 홀짝이며 창업자들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편안한 복장에 반바지·샌들을 걸친 사람도 눈에 띄었다. 양복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잠시 후 식당에 등장한 세르게이 브린의 복장은 더 놀라웠다. 브린은 몸에 착 달라붙는 사이클복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홀 한편에 마련된 무대에 올랐다. 래리 페이지도 편안한 캐주얼 차림이었다.

이날 회의의 주제는 최근 구글이 진행한 M&A(인수합병). 두 창업자가 직원들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동안 등 뒤의 대형 스크린에는 질문들이 끊임없이 밀려 올라갔다. 사무실에서 원격으로 회의를 지켜보는 직원들이 사내 인터넷 망에 실시간으로 입력한 것이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엔지니어가 손을 들었다. “방금 M&A를 한 이유와 기대효과에 대해 3가지로 나눠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굳이 그 3가지 원칙을 내세운 이유가 납득되지 않습니다.”

두 창업자의 표정이 한층 진지해졌다. 자신들이 내세운 논리에 대해서까지 칼날을 들이대는 이 당돌한 사원에게 “좋은 질문입니다”라고 답한 뒤, 자세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둘은 마치 사업을 따내기 위해 고객을 설득하는 영업사원같이 끈질겨 보였다.

구글 직무 피라미드의 정점은 2개의 중역 그룹으로 이뤄져 있다. 맨 위는 에릭 슈미트(Schmidt) 회장과 페이지·브린, 그리고 11명의 기능별 대표(수석부사장급)로 이뤄진 경영자그룹(Executive Management Grou p·EMG)이다. 이들은 핵심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그 밑은 부사장(부문별 대표) 25명을 모아 구글관리그룹(Google Management Group·GMG)이라 이름 붙였다. 일반 직원들은 매니저나 디렉터 등 상사를 통하지 않고도 EMG·GMG와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는다. 채팅, 메일, 사내 온라인 커뮤니티 등 방법도 다양하다. 간부들은 대학 교수처럼 면담 시간(office hour)을 운영해 직원들 경력상담을 해주기도 한다.두 중역 그룹과 이사회를 제외하면, 나머지 조직은 촘촘히 영역을 나눠 놓은 벌집과 같은 구조를 이루고 있다. 전체 직원들은 보통 3~4명이 한 팀을 이룬다. 10명을 넘는 경우는 극히 적다. 이들은 함께 일하고, 같이 놀고, 한데 모여서 밥을 먹는다. 팀 내부에는 자연히 끈끈한 관계가 형성된다. 역할에 따라 한 팀원이 팀장 역할인 ‘테크(tech)리더’가 되기도 하지만, 인사고과는 다른 사람이 맡도록 해 수평성을 유지한다.

인력관리담당 부사장 라즐로 복(Bock)은 “작은 팀에서 일한다는 것은 거대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말한다. “제가 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일단 해결할 문제를 들고 와 수십 개의 조각으로 나누고, 그 조각들을 또다시 나눕니다. 그런 다음 문제를 모든 그룹의 사람들에게 풀어놓아 다 함께 해결하게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 조각들을 다시 맞추면, 엄청나게 탁월한 해결책이 탄생합니다.”

팀은 작지만, 한 직원의 인맥 네트워크는 세계 곳곳으로 확장된다. 서울 구글코리아의 ‘크리에이티브 맥시마이저’(creative maximize r) 김태원(27)씨는 업무가 벽에 부닥칠 때마다 같은 직함을 가진 전 세계의 동료들에게 단체메일을 보내 도움을 청한다. 맥시마이저는 온라인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일을 한다. 김씨는 “작년에 처음 메일을 보낼 때는 설마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며 “그런데 하루 만에 전세계 지사에서 10통에 가까운 답장이 밀려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모마(MOMA)’라 불리는 인트라넷에는 업무 노하우와 자료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

대학 연구실 같은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구글이지만, 업무에 대해서는 매우 냉정하다. 무한 자유의 이면에는 무한 책임이 따른다. 컨설팅회사 액센츄어에서 6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구글 본사의 김상윤(38) 비즈니스 개발 헤드는 “구글은 철저하게 퍼포먼스(성과)로 측정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끝내야 하고, 팀에서 자기의 몫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결국은 머리싸움”이라며 “주니어라도 뛰어난 머리와 논리로 설득하면 얼마든지 치고 올라올 수 있을 정도로 나이나 연차는 고려 사항이 안 된다”고 했다.

팀원들은 직장 동료인 동시에 자신을 평가할 사람이기도 하다. 동료평가제를 운영하는 구글에서 모든 직원은 분기마다 5명 이상의 동료에게 자신의 성과를 평가받는다. 결과는 점수화돼 승진과 연봉에 영향을 미친다. 급격한 IT 환경 변화, 이에 따른 업무와 조직의 변화가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 직원은 “눈부시게 변하는 구글의 변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할까봐 두려울 때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 그 유명한 요리사 찰리도
가고…떠나는 사람들과 남는 사람들

구글 직원들에겐 부자가 될 기회가 주어진다. 포천(Fortune)지 보도에 따르면 구글에 입사하는 경력직 기술자는 초봉 13만 달러(약 1억2000만원), MBA를 갓 졸업하면 8만~12만 달러(7300만원~1억900만원)를 받는다. 또 입사와 동시에 800주의 스톡옵션과 400주의 매각제한 조건부 주식을 받는다. 구글 1주 가격은 725.65달러(6일 기준). 스톡옵션은 매년마다 25%씩 순차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모든 제한이 풀리는 입사 4년 차에는 연봉을 제외하고도 87만달러(약 8억원)를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연봉 외에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널려 있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한 직원들은 기본 100만 달러(약 9억원)의 창업자 상(founders’ award)을 받는다. 팀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동료와 상사가 추천해서 상금을 받을 수 있다. 크리스마스에는 1000달러,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사면 5000달러가 들어온다. 임신을 해도 돈을 받는다. 집에 있는 동안 음식을 시켜먹으라고 500달러를 준다. 이도 저도 아니면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몇 명 사귀어 놓으면 좋다. 주위의 유능한 인재를 소개해 입사시키면 2000달러를 받는다.

올해로 창립 10년 남짓 된 이 ‘신생기업’의 역사에는 2004년 나스닥(NASDAQ) 상장의 경험이 깊이 각인돼 있다. 기업공개(IPO) 이후 구글에는 하루 아침에 수백 명의 억만장자와 백만장자가 생겨났다. 남은 사람도 있고, 떠난 사람도 있다. G메일을 개발한 천재 엔지니어 폴 부크하이트(Buchheit)는 30세에 은퇴해 벤처투자가로 변신했다. 2005년엔 걸출한 솜씨로 외부인까지 구글 구내식당으로 끌어들이던 수석주방장 찰리 아이어스(Ayers)가 떠났다. 그가 운영하던 구내식당은 예전 같은 맛을 내지 못했고, 구글은 미국 전역에서 요리사를 공개 모집해야 했다.

구글 직원들의 전체 평균 퇴사율은 5% 미만이지만, 주요 인재군(群)에서 퇴사율은 이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큰 문제는 4년차 직원들이다. 이들은 4년간 모은 연봉을 포함해 13억원 정도를 들고 언제라도 은퇴나 전직을 꿈꿀 수 있다.

회사도 이런 상황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사측은 디렉터(이사)와 부사장 등 간부들에게 3년차, 4년차에 근접한 직원들의 리스트를 배포한다. 간부들은 개별 상담을 통해 직원들에게 일대일 해법을 제공한다. 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휴가를 주고, 한동안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직원은 그대로 지원한다.

입사 4년차 중국계 니니아네 왕(Wang·여·28)은 돈벼락이 두 번이나 겹쳤다. 데스크톱 검색 프로그램을 개발한 공로로 100만달러(약 9억원)의 창업자 상금을 받은 데다, 몇 개월 지나면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월급까지 합하면 직장생활 4년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번 셈이다. 그러나 그녀는 구글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여기 사람들은 하나같이 똑똑하고 자기 분야에서 보통이 아닌 성공을 거뒀지만, 극히 소박한 모습을 지키고 있어요. 컴퓨터 작업에 몰두해 있다가도 어느 순간 헬륨 풍선을 들이마시고 ‘꽥꽥’ 소리를 내면서 노는 그런 사람들이에요. 저는 이미 구글과 사랑에 빠져 버렸어요.”

구글의 최고문화책임자(CCO) 스테이시 설리번은 “돈을 더 많이 받는다고 반드시 행복하거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다”며 “결국 도전적이고 재미있는 일이 없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회사 식당에 가족을 불러 함께 먹으면 어떻게 될까?

직원들은 구글의 가장 좋은 점으로 ‘경험’과 ‘사람’을 꼽았다. 미국 연방정부와 벤처 회사에서 일했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콜린 윈터(Wint er·23)는 “일하는 게 재미있고, 좋은 환경에서 오는 혜택도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태까지 보아온 이들 중에 가장 똑똑한 사람들과 매일 함께 일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한국 전자기업에서 3년간 일하다 미국으로 건너온 엔지니어 안정호씨는 조금 다른 이유다. “아이들을 회사로 불러 식사를 함께 하거나 행사에 데리고 나오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어요. 구글에 다니는 걸 아이들과 아내가 더 좋아하죠.(웃음)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회사, 가장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회사라면 진짜 좋은 회사 아닌가요?”

■ 구글CCO 설리번이 말하는 '인재論'


하루에 이력서 3000통 쏟아진다는데…
"독특한 인재만 원한다고? 꽉 막힌 사람을 싫어할 뿐"


기업문화를 강조하는 구글에는 최고문화책임자(CCO·Chief Culture Officer)가 있다. 기존 인사관리 업무는 물론 사내문화와 직원복지, 조직구조의 변화까지 폭넓은 영역을 커버한다.

지난달 3일 마운틴 뷰 본사에서 만난 구글 CCO 스테이시 설리번(Stacy Sullivan·44)은 “꾸준하게 성장하면서 건강한 경쟁이 살아 숨쉬는 조직문화, 그걸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8년 전 초기 멤버로 입사한 그는 이미 백만장자가 됐지만 “떠나기엔 즐거운 일이 너무 많다”고 웃었다. 첨단 원격장비가 갖춰진 회의실 천장에는 모형 비행기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동료 평가제 기분 나쁘지 않냐고?
서로 뒤에서 욕하는 것보다 낫지!
돈은 인재 구하는 데 '단기처방'일 뿐
결국 답은 일이다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직원들 복지에 씁니까.

“모두가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고 싶어서지요. 근무하는 동안의 경험을 긍정적인 것으로 만들어 직원들이 회사에 더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겁니다.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지고, 이전보다 더 큰 에너지와 열정을 품고 일하게 되는 거죠.”

―CCO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성장을 유지하면서 우리가 창조한 문화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유지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글에 적합한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하죠.”

―구글은 뭔가 독특한 사람을 좋아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인재상은 가능한 한 넓은 배경을 갖고, 여러 가지 일을 소화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입니다. 생각이 유연하고, 협력을 잘 하고, 일을 즐기는 사람이죠. 타이틀에 얽매이거나 완고한 사람은 ‘노(No)’입니다. 일을 잘 할 만한 사람을 찾습니다.”

―신입사원은 어떻게 교육합니까.

“몇 달 동안 멘토링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스스로 알아서 일하는 사람(self-starter)이 되어야 해요. 매주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들어올 정도로 조직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일을 일일이 가르쳐 줄 수는 없지요.”

―구글 조직은 매우 평평한 형태인데, 누가 이것을 고안하고 만들었나요.

“창업자인 래리, 세르게이 두 사람은 일반 엔지니어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길 원했습니다. 중간 간부를 거치는 건 생산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거죠. 위계질서를 신경쓰지 않으면 조직이 더 빨리 움직일 것으로 믿었습니다.”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먼저 직원들이 스스로 권한을 갖고 있다고 피부로 느끼게 만들어 줘야 해요. 동료들 간의 내부 경쟁 스트레스 역시 건강한 경쟁력으로 전환시키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끝으로 항상 새로운 배움과 도전의 길을 열어줘야 해요.”

―놀기만 하거나 일을 잘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동료들이 먼저 알아채지요. 그래도 못 하면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합니다. 대부분은 성공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열심히들 합니다.”

―동료 평가제는 친분 때문에 왜곡되지 않나요?

“누가 무엇을 썼는지가 기록에 남고, 나중에 검증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평가는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봐요. 왜 그런 평가를 내렸는지 사실과 실례를 제시해야 합니다. 다만 표현에 있어서는 좀 신중할 필요가 있어요. 피평가자도 결국 그 내용을 보게 되니까요.”

―바로 옆의 동료에게 나쁜 점을 지적당하면 상처 받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저희도 확신을 가지지 못했어요. 피드백은 가혹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매우 구체적으로 장점과 단점을 지적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등 뒤에서 ‘쓸모 없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에 비하면 개인의 발전을 위해 훨씬 긍정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돈으로 좋은 인재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어요. 사람들은 돈을 더 많이 받는다고 행복하거나 일을 더 잘하는 건 아니거든요. 돈은 단기적인 처방이죠.”

―그럼 장기적인 전략은 뭔가요.

“결국은 일이에요. 도전적이고 재미난 일이요.”

―8년 전 입사한 당신도 백만장자인데, 왜 회사를 떠나지 않나요.

“일이 너무 재미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만약 재미있는 일들이 사라진다면 그때는 다른 일을 찾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다른 IT 회사로 옮기는 일은 없을 겁니다.(웃음)”


■ 포천誌선정 ‘일하기 좋은 직장’


'위대한 직원 1명이 평범한 셋보다 낫다'


와인 파는 직원은 프랑스 보내주고
회사 안에 유아원까지 마련

포천지는 매년 ‘일하기 좋은 직장 100곳’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 선망의 리스트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단골 손님들이 있다. 이들의 비결을 소개한다.

■ 직원을 가족처럼 : 컨테이너스토어(Cont ainer Store)

수납용기를 판매하는 미국 체인점 컨테이너스토어(Container Store)에는 ‘가족친화근무제’란 게 있다. 취학 아동이 있는 부모들이 자녀들을 자동차로 통학시킬 수 있도록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근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전 직원의 10%가 이 혜택을 받는다. 연봉은 업계 평균의 1.5~2배 수준이다. ‘위대한 1명이 좋은 3명보다 낫다’는 원칙에 따른 것. 한 명의 종업원을 제대로 대우하면 세 명 이상의 일을 해 나간다는 생각이다. 이직률이 동종업계 타사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고교 동창생 두 명이 공동 회장을 맡아 30년째 사이 좋게 운영하고 있다. 창사 이래 연 평균 20%가 넘는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텍사스주 달라스의 작은 점포에서 시작해 지금은 40개 대형 매장을 거느린 전국 체인업체로 발돋움했다.

■ 전원 속의 사무실 : SAS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SAS’ 본사는 전통과 첨단이 조화를 이룬 기업이다. 첨단기술 회사지만 24만평이 넘는 부지에 호수와 숲, 조각공원, 산책로를 갖추고 있다. 복지시설도 다양하다. 병원, 마사지 센터, 대형 피트니스 센터가 사내에 들어서 있다. 유아원도 두 곳이나 있다. 구내식당은 최고급 레스토랑을 방불케 한다. 직원들은 오후 5시면 모두 퇴근하고 주 35시간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킨다. 정신이 맑아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고 좋은 제품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내식당과 경비실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이다. 창사 이후 20년 동안 이직률이 5%를 넘지 않았다.

■ 고객보다 직원 : 웨그먼스푸드마켓(Wegm ans Food Markets)

미국 뉴욕주에 있는 식료품 체인 웨그먼스푸드마켓(Wegmans Food Markets)은 ‘직원이 첫째, 고객은 그 다음’이라는 경영철학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적극 도와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것이다.

예컨대 매장에서 와인을 파는 직원은 와인 산지와 빈티지(생산연도), 와인에 어울리는 치즈까지 줄줄이 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현지에 가서 포도주 교육을 받고 왔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이 분야에 따라 현지견학을 다녀 오거나 학원을 다니며 전문성을 기른다. 비(非)정규직에게도 학자금을 지원하는 등 직원 교육에 많이 투자한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이 회사는 창업주 가족이나 MBA(경영학석사) 출신이라도 입사 초기엔 반드시 매장 청소, 식료품 운반 등 밑바닥 일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