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 엔드] 이 가을, 중남미의 열정 흠뻑 취해보세요

입력 2007.11.08 23:18

고양 중남미 문화원… 전통탈·공예품·조각 등 3000여점 한눈에
인근 멕시코식당선 다양한 ‘따꼬’ 맛볼수도

경기도 고양시 통일로변 단풍들이 빨갛게 물들었다. 문산 방향으로 달리다 필리핀참전비 앞에서 빠져 1.5㎞ 정도 더 들어가니, 나즈막한 향교(鄕校) 옆 산자락에 붉은 벽돌 건물이 눈에 띄었다. 덕양구 고양동 중남미문화원. 중남미의 열정과 토속적 분위기가 한국의 가을날씨와 제법 잘 어울렸다. 평일 오전인데도 디카 동호인 여럿이 촬영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중남미문화원은 이복형 전 멕시코 대사 부부가 설립·운영하는 외교통상부 산하 재단법인. 3000여 점 전시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는 백발의 대사 부부를 만날 수 있다. 노 부부가 권하는 멕시코산 계피차(Te de canela)에선 멕시코 고원의 청정 기운이 느껴진다. 이번 주말엔 중남미 전통음악 공연까지 열린다고 하니,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문짝·계단 난간까지도 중남미産

이 전 대사는 코스타리카·도미니카·아르헨티나·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에서 대사직을 지내며, 하나 둘씩 기념품을 모으기 시작한 게 오늘에 이르렀다고 했다. 전통탈·자수·스테인드글라스·공예품 등 다양하다. 심지어 건물 문짝과 계단 난간까지도 멕시코 등에서 공수해 왔다. 전시된 3000여 점 외에 아직 창고에 잠자는 물품들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야외공원엔 남미 작가들의 조각품도 전시돼 있다. 미술관엔 폴 고갱, 천경자의 그림이 연상되는 도미니카 회화작품 등이 걸려 있다.

경기도 고양시 중남미문화원에서 관람객들이 중남미 작가 조각품들이 전시된 야외 조각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1993년 문화원 개장 즈음 외교부 산하 재단법인으로 만들면서 이 모든 것을 기증했다고 한다. 부인 홍갑표씨는 문화원이사장, 이 전 대사는 문화원장직을 맡고 있다. 홍 이사장은 “게릴라가 우글거리는 엘살바도르 산 속에까지 들어가 골동품을 산 적이 있다”며 “30년 넘게 수집했는데 이젠 각 국가들이 국외반출 금지정책을 써 더 이상 가져올 수 없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문화원 건물도 1997년 고양건축문화 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아름답다. 중남미 고위 인사들이 방한하면 이곳을 꼭 찾는다고 한다. 내년엔 작은 성당을 지어 이곳을 진정한 중남미 문화의 축소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전통 음식 맛보세요

맛있는 전통음식도 관람의 재미를 더 한다. 박물관 2층 식당에서 로비와 창 밖 풍경을 동시에 바라보며 파에야(Paella) 런치 풀 코스를 즐겨보자. 파에야는 스페인 전통음식으로 큰 프라이팬에 쌀·새우·오징어·홍합·완두콩 등을 넣고 볶아 만든다. 노란빛 향신료 사프란이 들어가 색깔도 먹음직스럽다. 숯불 스테이크에 아르헨티나산 와인은 조화로운 맛을 선사한다. 파에야는 전날 예약해야 먹을 수 있다. 월~토요일 점심만 나온다. 홍 이사장의 기술을 전수받은 주방장이 14년째 요리하고 있다. 2만5000원.
중남미문화원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중남미 각국의 가면들을 신기한 듯 살펴보고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박물관에서 20m쯤 떨어진 식당 ‘따꼬’에선 멕시코 대중음식 따꼬(Tacos)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 따꼬는 옥수수전병인 토르티야(Tortilla)에 소·닭·돼지 고기, 양파·파인애플을 섞어 구운 속을 얹어 먹는 음식이다. 6000~8000원이면 다양한 따꼬를 즐길 수 있다. 6가지 멕시코 전통차로 입안을 가시면 상쾌하다. 야외조각공원 내 대사 부부 주거공간을 식당으로 바꾼 곳이다. 토·일·공휴일에만 문 연다.

◆주말 중남미 전통음악 공연

오는 10·11일 양일간 하루 두 차례(오후 2·4시)씩 중남미 전통음악 공연이 열린다. 박물관 널찍한 로비에서 케나(피리 종류)·삼포냐(팬플루트 종류)·차랑고(소형기타) 등 전통악기로 중남미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친다. 안데스 특유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는 게 문화원 측 설명이다. 입장료만 내면 관람 가능하다.

문화원은 연중 어느 때나 문이 열려 있다. 11월부터 3월까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한다. 요금은 어른 4500원, 중·고생 3500원, 어린이 3000원. ☎(031)962-7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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