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단일화를 향한 범여권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6일 일제히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특별검사를 도입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검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전 총재를 부패세력으로 한꺼번에 몰아 타격을 주겠다는 전략이다. 범여권 세력 연합의 고리를 ‘반(反)부패 연대’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비(非)한나라 진영의 후보 단일화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이에 임하는 각 당의 속내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문국현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동영, 권영길 후보와의 3자 회동을 제안한다”고 했다. 전날 정 후보가 “반부패미래사회 연석회의를 열자”고 한 데 대한 화답이었다. 정 후보의 김현미 대변인은 즉각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권영길 후보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비자금 의혹의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촉구했다. 세 후보 측은 전날부터 연석회의 성사에 필요한 대리인 예비모임을 추진하는 등 막후 조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당(140석)과 민노당(9석), 창조한국당(1석) 의석 분포로 볼 때 삼성 특검은 성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이 대선 연합이나 후보 단일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각 진영 모두 분명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 후보는 “반부패 연대와 단일화는 별개의 문제”라며 “너무 앞서 가지 말라”고 했다. 문 후보 측은 후보 단일화보다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연정 또는 연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민노당 선대위 대변인도 “신당 측과 반부패 연대 테이블에 앉더라도 후보 단일화 논의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범여권 안팎에서는 “일단 세 후보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며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해 가는 첫 시도 아니겠느냐”고 했다.

반면, 신당이 가장 중요한 세력 연합 대상으로 꼽고 있는 민주당은 이 같은 움직임에 거리를 두고 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이날 삼성 특검에 대해 “비자금이 있다면 검찰이 엄격히 수사하면 되는 문제”라며 “신당 스스로 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집단”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가 이미 정 후보에게 양자 간 TV 토론을 제안하지 않았느냐. 그게 사실상 후보 단일화 테이블에 나오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신당이 성동격서(聲東擊西)식으로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는 흐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