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하지만 곳곳 맹점 보인 삼성 반박자료

  • 이데일리
    입력 2007.11.06 10:24

    핵심의혹은 비껴가고 동문서답형 해명도 곳곳

    삼성그룹이 김용철 변호사(前 삼성그룹 구조본 법무팀장)의 폭로에 대한 공식반박 자료를 '삼성뉴스월드'와 삼성경제연구소 일반회원들에게도 이메일로 배포했다.

    삼성뉴스월드는 삼성 안팎에 내부소식을 전하는 홍보매체다. 삼성이 이처럼 언론에 제공한 반박자료를 대내외 홍보매체와 경제연구소 회원들에게 일시에 배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삼성으로서는 이번 김 변호사의 폭로에 대한 초강력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결백을 알려야 한다는 의도에서 나온 조치로 보인다.

    25페이지에 달하는 이 반박자료는 그동안 김 변호사의 주장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을 총망라한 내용이 담겨 있다.

    삼성그룹은 이 보고서를 지난 5일 김 변호사의 2차 기자회견 전에 배포했다.

    삼성 관계자는 "만약 삼성이 켕기는 부분이 있었다면 2차 기자회견 내용을 다 들어본 다음에 반박자료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해명자료는 이례적으로 방대한 분량과 모든 논란에 걸친 다양한 항목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핵심의혹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거나 동문서답형 해명도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 비자금 계좌·전방위 로비 등 핵심의혹은 비껴나가

    김 변호사가 공개한 의혹의 차명계좌들에 대해서 삼성그룹은 '구조본 재무팀 임원이 당시 재무팀 동료였던 김 변호사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해 만든 사적(私的)인 계좌들'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또 차명계좌 자금 총액과 현재 남아있는 돈, 사용처까지 알고 있다면서 '조사하면 비자금이 아니라는 게 입증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프라이버시 문제를 들어 차명계좌를 만는 재무팀 임원이 누구인지, 누구 돈을 회사 몰래 굴렸다는 건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 관련기사 : 삼성 비자금 아니라면? 누구 돈이었을까

    그러나 그룹의 주요임원이 비자금으로 의심받을 만한 차명계좌를 몰래 운용하다가 문제가 불거진 정황을 감안하면 김 변호사 쪽보다는 삼성그룹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공개할 것은 공개하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삼성그룹이 '문제의 재무담당 임원'을 통해 차명계좌의 현재 잔고와 사용처까지 파악해놓은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계좌개설 당시 제출된 서류내용(위임장이나 자필서류가 있었는지) ▲ 계좌에서 발생한 소득세 처리문제 ▲ 보안계좌(시크릿 뱅킹)설정 여부 등에 대해 문제의 재무담당 임원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 '돈 안받는 사람' 어떻게 아나..돈로비 추진 정황증거 될 수도

    로비 문건도 마찬가지. 삼성그룹은 해명자료에서 이건희 회장의 지시는 '와인이나 호텔 할인권을 주었을 경우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 보라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고위급 인사들에게 떡값이나 휴가비 등을 준 적도 없고 김 변호사에게 지시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내부문건임을 시인한 그 폭로자료에는 이 회장의 발언내용과 관련해 "호텔 할인권을 발행해서 돈 안 받는 사람(추미애 등)에게 주면 부담없지 않을까?"로 적혀있다.

    이 대목에서 몇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선 '추미애 등'이 돈을 안 받는 사람인지 어떻게 알았는가 하는 점이다. 돈을 주려고 시도해 봤지 않았나 하는 점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또 '돈 안 받는 사람'이라는 별도의 그룹을 설정한 상황 자체가 돈 받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국 이 대목은 삼성이 주는 돈을 안받는 사람이 간혹 있긴 했지만 드물었다는 정황증거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 김 변호사의 신뢰성 공격하다보니 지엽적 내용도 많아

    삼성의 반박자료에는 김 변호사가 그리 신뢰할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그 내용들 중에는 'SM5 1호차가 국세청 국장몫으로 나갔다'는 김 변호사의 인터뷰 내용을 '이건희 회장이 타다가 박물관에 기증됐다'며 명쾌하게 해명한 부분도 있었다.

    김 변호사는 본인의 주장대로 검찰로비를 담당해 온 인물이어서 그의 주장 가운데 국세청이나 재경부, 언론 쪽의 로비내용은 '여기저기서 들어 알게 된' 부정확한 내용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반박자료에는 본질보다는 지엽적인 부분에 집착한 측면이 자주 눈에 띈다.

    '김 변호사가 주장하는 비자금 규모가 수조원이었다가 10조원으로 바뀐다' 고 반박한 내용 등이 그런 사례다.

    문제의 본질은 그 돈이 비자금이냐 아니냐이지 그게 정확히 몇조원인지 맞추는 게임이 아니라는 점과 김 변호사가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를 증언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삼성그룹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반박자료에는 핵심을 비껴간, 다소 엉뚱한 해명도 등장한다. 김 변호사가 사제단을 찾아가 삼성에서 자신을 미행하고 납치하려하고 있다'고 호소한 부분을 삼성이 반박한 대목이 그런 부분이다.

    삼성은 '양평의 별장으로 김 변호사를 찾아간 모 임원의 사례와 김 변호사 집을 방문했다가 못 만나고 돌아온 이학수 부회장의 사례를 김 변호사가 미행과 납치로 주장하는 것임'이라고 단정하고 "납치하려는 사람이 이학수 부회장 처럼 문자메시지를 남겼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미행과 납치'라고 주장하는 것은 수차례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친구와 함께 사제단 신부를 만나고 온 것을 놀랍게도 삼성이 다 알고 있었다'는 대목 등에서다. 이는 사제단 신부들도 '김 변호사를 만난 직후 김 변호사가 사제단을 찾아온 것을 삼성이 알고 주변 인사들이 전화를 해 김 변호사에 대한 비난을 하더라'고 증언하는 부분과 일치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들에 대해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추가로 해명과 반박들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그때가 되면 여러 궁금증이 풀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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