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김용철 변호사는 회견 도중 자주 시선을 아래쪽으로 두었고 표정도 굳었다. 그는 “죄인으로서 속죄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고, “이 글이 유서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양심에 고백한다”거나 “나는 자수해야 할 (삼성의) 공범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제단이 미리 공지했던 것과 달리 삼성으로부터 금품상납 의혹을 받은 검사 명단인 일명 ‘떡값 리스트’ 등 의혹 관련 증거나 문건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 기자들이 계속 묻자, 김 변호사는 “(그러면 기자들이) 일방적 주장이라고 쓰라”며 날카롭게 반응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사제단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문규현 신부도 참석해 ‘현 국면에 대한 사제단의 입장’이라는 글을 낭독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 등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성당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성당에서는 밤늦게까지 김 변호사와 사제단, 시민단체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추후 기자회견 날짜와 장소 등은 6일 밝힐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은 200여 명의 기자들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였다. 기자회견이 열린 성당 50주년 기념관 1층 시청각실의 20평 남짓한 공간은 기자회견 2시간 전부터 기자들과 카메라 장비로 가득 찼다. 기자회견 30분 전에는 서 있을 자리도 없었다. 회견 당사자인 김용철 변호사와 전종훈 신부 등 사제단,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회견장에 들어설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사제단 대표 전 신부는 “오늘 이렇게 기자들이 많이 몰릴 줄 몰라 넓은 장소를 확보하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성당 관계자는 “지난달 29일에는 카메라 기자까지 합쳐 겨우 20명 정도 왔는데 오늘은 그 10배도 넘게 온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