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전략기획실 법무팀장)는 5일 “현직 최고위급 검사 가운데도 삼성 돈을 받은 사람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에 있으면서 검찰 간부 수십 명을 관리해 왔고, 매년 설과 추석 그리고 여름 휴가 때마다 500만~수천만원씩을 전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고위급 검사가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름을) 밝혀야 할 공적인 기회가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작은 조직이며, 이해관계가 맞물린 재경부나 국세청은 규모가 훨씬 더 컸다”고 주장했다. 검찰 간부보다 재경부·국세청 간부에게 건넨 돈이 훨씬 더 많았다는 뜻이다.
그는 이런 로비자금의 출처는 “각 계열사에서 조성한 비자금”이라면서, “삼성 임직원 가운데 상당수는 삼성 비자금이 들어 있는 차명계좌를 갖고 있고, 차명 비자금을 가진 임원 리스트를 일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또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알고 있고, 내부 자료도 갖고 있지만, 기자회견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려 분실이 우려된다”면서 “나중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르면 6일 김 변호사가 폭로한 이런 의혹들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박근영 사법감시팀장은 “6일 오후에 기자회견을 연 뒤 고발장을 접수시킬 예정”이라며 “고발 대상을 누구로 할지에 대해선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김 변호사는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재무담당 임원과 법무팀장을 지낸 뒤 퇴사했으며, 지난달 29일 사제단을 통해 삼성 비자금 의혹을 처음으로 폭로했다.
삼성그룹은 그러나 “삼성에선 검사나 판사에게 떡값이나 휴가비를 돌린 적이 없고, 김 변호사에게 그런 일을 지시한 바도 없다”며, 김 변호사의 주장은 대부분 허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