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5일 전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불법 비자금 조성 및 ‘떡값 검사’의혹 등에 대해 A4용지 25쪽 분량의 ‘김용철 변호사 주장에 대한 입장’이라는 해명자료를 냈다.
삼성은 “삼성의 발전과 장래를 염려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뜻을 헤아린다 하더라도 근거없는 허위폭로가 잇따르고 억측과 오해가 확산돼 삼성의 기업이미지가 훼손되고,정상적인 경영활동 및 해외현장의 글로벌 사업수행이 심각하게 위협받는상황에 이르게 됐다”면서 “무대응으로 자제할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검찰 사법부 등 국가기관의 명예와 신뢰에도 누를 끼치게 될 것으로 판단해 불가피하게 해명에 나서게됐다”고 밝혔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그 동안 김 변호사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최대한 관용과 인내심을 갖고 대응을 자제해 왔으나, 허위폭로로 인해 그룹의 이미지가 손상되고 경영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어 좌시할 수만 없게 됐다”며“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삼성 임원으로 재직했던 김 변호사의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다”며 “지금까지 제기된 김 변호사의 허위 주장이나 향후에 나올 폭로 일체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것이 그룹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해명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김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의 불법 비자금 조성의혹 ▲ 2002년 대선자금 비자금 의혹 ▲에버랜드 재판부 로비 및 증인조작 의혹 ▲‘떡값’검사리스트 ▲이건희 회장의 직접 지시 로비관련 문건 ▲ 김 변호사에 대한 거액 회유시도 등에 대해 해명했다.
◆삼성 불법 비자금 조성의혹
김 변호사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언론인터뷰를 통해 “삼성그룹내 실세 중의 실세인 전략기획실 산하 전략지원팀이 계열사 사장단 및 재무담당 임원,전략기획실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 비자금을 조성해 운용하고 있다”며 “분식회계를 통해 연간 1조원가량 비자금을 만들었다. 계열사마다 비자금 액수가 할당되면 무조건 돈을 만들어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나도 모르게 내 명의로 개설된 은행 계좌에 50억원대 현금과 주식이 들어 있었으며, 이는 삼성이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이라며 은행계좌 3개와 증권계좌 1개를 물증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김 변호사 명의의 차명계좌는 김 변호사가 구조본 재무팀에 근무할 당시 친하게 지냈던 동료가 김 변호사의 사전 양해를 얻어 개설해 사용한 것으로 김 변호사는 퇴직 이후에도 매년 이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을 제공받아 자신이 대신 납부해 왔다”며 “이 차명계좌와 관련한 진상은 해당 계좌에 대한 구체적인 입출금 내역 조사 등을 통해 쉽게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에 따르면 이 계좌는 회사와는 관계가 없는 특정 개인의 재산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약 7억원의 개인재산을 계좌에 입금해 삼성전자 등 주식에 장기 투자했고, 이후 주가가 상승해 2004년 이후 총매각 금액이 50억여원이 된 것이다.
김 변호사는 50억원 계좌 외에도 여러 개의 차명계좌가 더 있다고 주장하나, 김 변호사 명의로 된 계좌들은 주식 거래용 증권계좌와 주식배당금, 매각대금 등을 관리하는 예금계좌로서 전체적으로 동일한 자금이며, 그 총액이 50억여원이라고 삼성은 밝혔다.
삼성은 “이 계좌의 대부분의 자금은 사용되지 않은 채 남아있으며,일부 사용된금액에 대해서도 사용처가 밝혀지만 회사비자금과 관련 없음을 알 수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은 또 분식회계를 통한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해서는 “회사는 통상 결산기에 회계처리 방법들을 비교 검토하거나 세무조정을 거쳐 최종결산을 하게 된다”며 “아마 비전문가인 김 변호사가 이러한 실무상의 검토,조정업무를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오인해 잘못된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법원 등 상대 로비
김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이 구조본 차원에서 부장검사급 이상 검찰 간부 40여명에게 추석이나 설 ‘떡값’과 휴가비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돈을 건넸다”며 “대략 한 번에 500만원씩 건넸는데, 검사장급은 1천만원 이상 건네기도 했다.삼성 구조본이 검찰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10억원 정도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명단에는 검사장급을 포함한 검찰간부 40여명이 포함됐으며, 현직 고법판사와 대법관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변호사는 삼성이 국세청과 언론인 등을 상대로도 ‘떡값’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삼성에서 검사나 판사를 상대로 떡값이나 휴가비 등을 돌린적이 없으며,김 변호사에게 그같은 일을 지시한 바도 없다”고 부인했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현직 검사 출신으로는 처음입사한 케이스여서 예우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었기 때문에 로비를 지시할 사항이 아니었다”며 “만일 김 변호사가 법조계 등의 인사를 만나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했다면 이는 전적으로 김 변호사의 사적 관계에서 한 일이지 회사에서 로비를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떡값검사’명단에 대해서도 “검찰 사정에 밝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런 명단을 반나절 안에 손쉽게 작성할 수 잇으며,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출처불명의 괴명단이 나돌아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한바 있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 직접 지시한 ‘로비문건’
김 변호사는 최근 이건희 회장이 회의 도중 정재계 및 법조계 등에 대한 로비와 관련한 언급이 나와있는 ‘회장 지시사항’이라는 내부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 내용을 보면 이 회장은 지난 2003년 12월12일 “호텔 할인권을 발행해서 돈 안 받는 사람(추미애 등)에게 주면 부담 없지 않을까? 금융관계, 변호사, 검사, 판사, 국회의원 등 현금을 주기는 곤란하지만, 주면 효과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좋을 것임”이라고 말했다.
또 “Wine(와인)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와인을 주면 효과적이니 따로 조사해 볼 것. 아무리 엄한 검사, 판사라도 Wine 몇 병 주었다고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임” 이라고 적혀 있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공개한 문건은 이건희 회장이 식사 자리나 일상 생활에서 자유롭게 한 말을 수행하는 직원이 메모해 두었다가 나름대로 정리한 것인데, 이를 거창하게 '로비 지침서'라고 주장하는 것은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최근 수년간 회사에서 근무하지 않고 자택과 해외 등지에서 그룹의 장기 발전방향을 구상하거나, 주요 거래선과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수행 직원이 회장의 평소 발언을 메모해 두었다가 중요하고 긴급한 업무지시는 즉시 전달하고, 단순히 참고할 사항은 모아 두었다가 몇 달에 한 번씩 정리해서 구조조정본부 임원들이 참고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공개된 문건의 내용 대부분이 국제경제 동향, 제품 개발, 고급인력 확보 등 회사 경영에 관한 사항들이고, '와인이나 호텔 할인권'에 대한 언급도 이를 주었을 경우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 보라는 취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삼성측은 밝혔다.
◆ 에버랜드 사건 조작 및 축소 로비 의혹
김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에버랜드 재판에서 재판장에게 30억원을 주라는 지시가 내려왔는데 하지 않아 내부에서 따돌림을 당하다시피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에버랜드 사건의 실질적 책임자는 이학수(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인데 삼성측에서 증거 및 증인을 조작해 허태학·박노빈 (전 에버랜드사장)이 대신 뒤집어 썼다는 내용”며 “구조본 전용 오피스텔에 검찰조사실을 꾸며놓고 검찰 출신 변호사를 동원해 진술 짜맞추기를 했다”고 했다.
삼성은 이에 대해 “기업 법무실은 형사고발이 되면 변호사가 관련 당사자들을 면담해 그들의 기억과 경험,의견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률적 쟁점과 증거관계를 분석한 뒤 그들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증거관계를 분석한 뒤 효과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당연합 업무”라고 반박했다.
이어 “1, 2심 재판에서 피고인과 변호사들은 사실관계에 관한 다툼이 거의 없이 검찰의 증거 제시에 대부분 동의하여 대체로 검찰의 주장대로 확정된 상태이며, 다만 그 사실들에 대한 법률적 해석과 판단에 대해서만 검찰과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의견을 달리 했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허태학, 박노빈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면 그에 따라 이 회장을 비롯한 나머지 피고발인 31명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최종적인 처분을 내릴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피고인을 바꿔 치기하거나 증인, 참고인을 빼돌렸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며, 검찰 조사실과 같은 방을 꾸몄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 김 변호사 거액 회유시도
김 변호사는 언론인터뷰와 사제단을 통해 “사제단을 찾기 전까지 삼성측이 지속적으로 찾아오거나 연락해 ‘(폭로하지 않으면) 얼마를 주겠다’는 식으로 회유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학수 부회장이 전처의 집 앞까지 직접 찾아와 1시간동안 초인종을 눌렀고,문자메시지도 6차례나 보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이 부회장이 보낸 6건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한 뒤“김 변호사의 부인이 과거 (삼성에 보낸) 편지에서 과거의 동료들을 험하게 매도하고 악감정을 가지고 있어 과거 상사였던 이 부회장이 ‘나 하고는 만나고 대화하겠지’라는 마음으로 간 것”이라며 “김 변호사는 삼성이 자신을 돈으로 회유하려고 로펌을 차려주겠다는 제의를 했다고 주장하나 삼성은 결코 그런 적이 없으며,만약 그런사실이 있다면 언제 누가 제의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