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의 이상한 비자금 이야기

조선일보
입력 2007.10.30 22:50 | 수정 2007.10.30 23:11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그룹 前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본인도 모르게 개설된 은행·증권사 계좌에 50억원대 예금과 26억원대 주식이 들어 있었고, 이는 삼성의 비자금’이라고 양심선언 했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김 변호사 명의의 계좌번호 3개를 공개하면서 “삼성이 임직원 이름으로 借名차명계좌를 만들어 비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사 출신인 김 변호사는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법무팀 이사, 재무팀 상무를 거쳐 법무팀장으로 일하다 2004년 삼성을 떠났다.

삼성측은 “비자금 관리용 차명계좌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김 변호사 명의 계좌에 대해선 “재무팀 임원이 知人지인으로부터 ‘돈을 굴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삼성전자 주식을 운용하기 위해 대학 동문이자 동료 임원이었던 김 변호사의 명의를 빌린 것”이라고 했다. 삼성은 돈을 맡긴 사람은 회사와 관계없는 외부인이라며 “검찰 수사로 가면 돈의 실제 주인과 출처가 명백히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삼성 설명대로라면 그룹 재무담당 임원이 회사와 관계도 없는 외부인의 재테크를 도와주기 위해 동료 임원 이름까지 빌려 불법으로 차명계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管理관리의 삼성’이라고 할 만큼 내부 통제와 관리가 엄격하다는 삼성그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차명계좌를 만든 과정도 석연치 않다. 삼성은 재무팀 임원이 계좌를 만들 때 김 변호사가 합의해줬다고 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이 계좌를 개설한 지점이 아닌 다른 지점을 찾아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계좌가 있는지를 물었더니 거래내역은 물론 계좌번호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했다. 계좌 주인조차 거래내역과 계좌번호를 조회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은행의 적극적인 共謀공모가 있어야 한다. 삼성 재무팀 임원이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서 은행으로부터 이런 협조를 받을 수 있을까.

삼성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삼성은 한국 대표 기업으로서 검찰 수사를 기다릴 것 없이 이번 사태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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