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 간부의 '차명계좌 폭로' 풀스토리

  • 조선닷컴
    입력 2007.10.30 15:20 | 수정 2007.10.30 16:00

    "비자금 규모 최대 수조원" vs "개인간 거래일뿐"

    삼성그룹 비자금 50억원이 내 명의의 계좌에 있었다”(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
    “비자금 조성은 사실무근이며 음해”(삼성그룹)

    국내 1위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이 때 아닌 비자금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그룹의 핵심인 전략기획실(전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49)변호사가 인터뷰와 양심 선언 형식을 빌어 “삼성그룹이 임직원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불법비자금을 조성해 왔다”라고 주장했다.

     ‘관리의 삼성’이라고 부를 만큼 철저한 임직원 관리로 명성을 쌓아온 삼성에서 최초로 전직 고위 임원이 내부 문제를 ‘폭로’한 것이다.

    특히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의 분식회계와 권력기관에 대한 로비의혹 등에 대해 추가폭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비자금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삼성그룹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를 뒤흔들만한 메가톤급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김 변호사의 주장 진위여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용철 “삼성, 임직원 차명계좌 통해 비자금 수조원 조성”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29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변호사가 ‘나도 모르게 내 명의로 개설된 은행 계좌에 50억원대 현금과 주식이 들어 있었으며, 이는 삼성이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이라고 양심선언을 했다”고 밝힌 뒤 삼성의 불법 비자금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사제단에 따르면, 김 변호사가 물증으로 제시한 삼성 비자금 의혹 계좌는 은행계좌 3개와 증권계좌 1개.

    첫번째는 삼성 본관 2층에 있는 위치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개설된 미확인 계좌. 김변호사의 2006년 금융소득 종합과세 납부실적에는 1억8000여 만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나와 있어 연이율을 4.5%로 해서 계산하면 이 계좌의 예금액이 5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사제단은 밝혔다.

    사제단은 “이 계좌는 본인의 동의없이 만들어 졌다”며 “김 변호사가 지난 19일 우리은행 모 지점에 확인한 결과 이 계좌가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됐으나 보안계좌로 분류돼 계좌 번호는 조회가 불가능했고, 24일에 다른 지점에서 다시 계좌조회를 해보니 계좌 존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 명의의 보안계좌가 개설됐고, 더구나 정작 본인은 계좌 조회조차 할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또 하나의 계좌는 역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개설된 ‘1002-301-722068’계좌. 이 계좌는 지난 2004년 8월26일에 개설돼 같은해 12월7일에 해지됐다고 한다. 이 계좌 역시 지난 19일 은행측에 확인했을 때 계좌의 존재를 확인해 주었으나 거래 내역은 조회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나머지 은행계좌(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계좌 번호 1002-635-117357)에는 지난 8월27일 신규개설돼 17억원이 입금된 뒤 다음날인 28일 삼성국공채 매수 자금으로 인출돼 자금세탁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증권계좌는 굿모닝신한증권 도곡지점의 계좌번호 ‘012-01-112XXX’계좌로 지난 2004년 10월 28일 당시 삼성전자 주식 6071주(당시 시가 26억 6820만4500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제단은 “삼성은 계열사 사장단과 재무담당 임원, 전략기획실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여 정치, 사법, 행정부는 물론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등 사회 지도층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로비 행각을 지속해 왔다”며 “비자금 조성에 이용되고 있는 임직원 차명계좌는 1000여개에 이르러 비자금 규모는 최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앞서 최근 발간된 시사주간지 ‘시사인’과 ‘한겨레21’을 통해서도 삼성의 불법 비자금 조성 수법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시사인’과 인터뷰에서 “삼성그룹내 실세 중의 실세인 전략기획실 산하 전략지원팀이 계열사 사장단 및 재무담당 임원,전략기획실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 비자금을 조성해 운용하고 있다”며 “분식회계를 통해 연간 1조원가량 비자금을 만들었다. 계열사마다 비자금 액수가 할당되면 무조건 돈을 만들어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내 명의의 비자금 통장을 만든다는 것은 삼성으로부터 신임받는 핵심 인력임을 의미하기 때문에 임원들은 일종의 승진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고 잡지는 전했다.

    그는 “이렇게 모아진 비자금은 삼성 본관 27층 전략지원팀 내 경영지원팀(옛 재무팀 내 관제팀) 금고로 들어간다”며 “경영지원팀 상무 방에 있는 가구 뒤 벽에 비밀문을 열면 비밀금고가 있다.이 금고안에는 각종 유가증권·의류권·상품권·순금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이 ‘떡값’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인, 판검사, 정부 고위 관리, 언론인 등 사회 지도층 전반에 뿌려지고 있으며 형태도 현금, 골프 접대, 상품권, 호텔 할인권, 고급 포도주 등 다양하다고 김 변호사는 주장했다.

    김 변호사와 사제단측은 검찰수사 여부와 삼성측의 태도 등 사태의 추이를 보며 추가폭로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 변호사는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다른 의혹을 추가로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가 폭로 내용 가운데는 삼성그룹의 분식회계 의혹과 검찰, 재경부, 국세청 등 관계 기관에 대한 로비 의혹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삼성 “개인간 거래일뿐…왜 음해하나”

    삼성그룹측은 비자금 조성용 차명계좌라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재무팀 임원이 1998년 지인(知人)의 부탁을 받고 삼성전자 주식을 운용해 돈을 불리는 과정에서 합의하에 대학 동문인 김 변호사의 계좌를 이용했다”며 “처음 7억원이던 돈이 주가가 오르면서 50억원대로 불어났는데 실제 주인이 최근 돈을 다 빼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삼성 그룹과는 전혀 무관한 개인간의 거래를 김 변호사가 비자금이라고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삼성은 “앞으로 이 돈의 실제 주인이나 성격은 명백히 가려질 것”이라며 “법적 대응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는 동시에 돈을 위탁 받았던 임원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삼성측은 “김 변호사가 삼성에 7년 동안 근무하면서 연봉, 성과급, 스톡옵션 등으로 102억원을 받았고, 퇴직한 뒤에는 올해 9월까지 3년 동안 퇴직 임원 예우 차원에서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2200만원씩 지급받는 등 적지 않은 예우를 받았다”며 “퇴사 후 전 직장을 음해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용철 변호사는 누구인가

    광주제일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김 변호사는 1983년 사시 25회에 합격했다. 그는 지난 1989년 인천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한 뒤 부산지검과 서울지검 등에서 주로 특수부 검사로 활약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YS) 시절에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고,쌍용양회 김석원 명예회장이 보관하던 전두환 비자금 61억을 찾아내기도 했다.

    그가 검사를 그만두면서 선택한 곳이 바로 삼성. 김 변호사는 지난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재무담당 임원과 법무팀장 등을 지내며 안기부 X파일사건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 등 그룹 주요 현안들을 처리해 왔다.

    김변호사가 삼성을 떠난 주된 이유는 2003년 대선자금 수사당시 그룹 고위층과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을 그만둔 뒤 법무법인 ‘하나’와 ‘서정’에서 활동한 김 변호사는 지난 2005년부터 한겨레신문사 기획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최근엔 퇴사를 강요했다면서 법무법인 서정을 상대로 출자지분을 포함해 1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한 신문에 ‘삼성의 편법 대물림을 삼성 구조본이 주도했다’는 기사가 실린 것을 법무법인이 문제 삼아 ‘반기업 정서를 가진 사람이 근무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퇴사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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