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삼성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 왜 삼성에 등 돌렸나?

  • 이데일리
    입력 2007.10.29 17:32

    삼성 법무팀장 역임한 김 변호사, 삼성 저격수 나선 배경에 관심

    삼성그룹에서 법무팀장(전무)이라는 중책을 역임한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 저격수로 나서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통해 삼성 비자금 조성설을 제기했다.

    대단히 이례적이고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김 변호사와 삼성그룹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좋게 시작된 이들의 '인연'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의 '악연'으로 바뀌었을까.

    김용철 변호사는 1989년부터 1997년까지 서울, 인천, 대전, 부산지검 등에서 검사생활을 거친후 97년 삼성그룹에 합류했다. 김 변호사는 1994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기도 한 이른 바 '특수통'이었다.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그룹 전략기획실)에 법무팀을 신설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004년 대검 수사기획관 출신인 이종왕 변호사가 법무실장 사장(현 고문)으로 영입되면서 김 변호사는 만 7년만에 회사를 떠났다.

    삼성그룹 안팎에선 김 변호사가 그룹의 법무 책임자가 이종왕 변호사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섭섭한 감정을 가졌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김 변호사가 회사를 떠날 때부터 뭔가 불만을 가졌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또 한 일간지에 게재된 '삼성의 편법 대물림을 삼성 구조본이 주도했다'는 제목의 기사가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기사에서 인용된 삼성 전 고위 간부가 김 변호사라고 판단한 삼성이 법무법인 서정측에 사퇴압력을 행사했다는 생각을 김 변호사가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삼성은 물론 이를 부인하고 있다.

    종합해 보면 과거 삼성그룹을 떠날 때나 법무법인 서정을 그만두기까지 삼성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지속됐고, 결국 이러한 악연(?)이 '비자금 조성설' 제기로 까지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회사를 떠날 때 섭섭한 감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시 국내외적으로 법무 업무가 크게 늘어, 이 분야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이종왕 변호사 영입을 결정했고, 그 과정에서 김 변호사를 배려해 관계사 부사장직도 제안하는 등 회사가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삼성은 고위 임원 퇴직시 2~3년간 예우하고 있다"며 "김 변호사 역시 퇴직후 3년간 예우차원에서 매월 2000만원(세금 포함시 2200만원) 가량을 지급했고, 이같은 예우가 9월말로 끝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변호사의 비자금 조성설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설령 삼성의 기업문화에 불만을 가졌다면 왜 진작에 행동에 나서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3년간 예우를 다 받은 후에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오비이락' 치고는 너무 우연의 일치가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의 속마음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이날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조성설 주장을 대신 발표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김 변호사의 생각을 비교적 소상히 밝히고 있다.

    사제단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검찰에서 개인의 한계를 절감하고 사직한 후 안정된 기업을 찾던 중 삼성에 입사했다. 그러나 검찰에서의 한계보다 재물과 돈의 노예가 돼야 한다는데 더 큰 부담을 가졌다고 사제단은 전했다.

    사제단은 "김 변호사가 그동안 삼성에 있는 동안 알게 모르게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공범자로서의 죄책감을 느꼈다"며 "특히 사법연수원생 시절의 그 순수함을 떠 올리며 자신의 개인적 과오와 함께 삼성의 조직적 죄과가 정화되기를 바라며 결단에 나섰다"고 밝혔다.

    삼성그룹과 김용철 변호사의 '악연(?)'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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