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납치에도 ‘차별’이 있는가

조선일보
  • 김성태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입력 2007.10.26 22:37 | 수정 2007.10.26 22:52

    소말리아 선원 피랍 165일째 석방 힘쓰는 정부모습 안보여

    ▲ 김성태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마부노호 한국인 선원 4명이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피랍된 지 오늘(27일)로 165일째다. ‘국민차별 반대 소말리아 피랍선원을 위한 시민모임’ 홈페이지(www.gobada.co.kr) 첫 화면에는 선원들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돼 억류돼 있는 기간을 매일 경신하고 있다. 하루씩 늘어가는 그 날짜는 피랍 선원 가족들의 가슴을 타들어 가게 만드는 절망의 숫자이다. 피랍 선원들은 그동안 해적들에게 맞아서 고막이 터지고 이빨이 부러졌다고 한다. 말라리아로 시달리는 선원들도 있다. 해적들은 술에 취하거나 마약 성분의 풀을 씹은 뒤, 걸핏하면 총을 들이대며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해 선원들이 극도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해적들과 석방 협상에 임하고 있는 선주 안현수씨가 전한다.

    피랍된 4명은 원양 새우잡이 어선 선원이었다. 한때 ‘새우잡이 배 탔다’는 말은 ‘죽도록 고생했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였다. 그만큼 새우잡이는 힘든 일이다. 더구나 이들이 조업했던 아프리카 일대 해역의 기온은 체온보다 높은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곳이다.

    그러나 일이 힘들다고 수입이 그만큼 좋은 것은 아니다. 선장인 한석호(41)씨가 받았던 월급이 190만원이었고, 이송렬(47) 총기관 감독, 조문갑(45) 기관장, 양칠태(55) 기관장도 180만원 안팎씩 받고 있다. 이들이 매달 부쳐오는 돈으로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자녀들 중·고등학교와 대학 학비를 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피랍된 이후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울 뿐이다. 우리가 보기에도 ‘이 정부는 납치된 사람들까지 차별하는구나’ 싶은 마음에 울분이 치솟는데, 가족은 오죽하랴 싶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납치됐을 때, 현지에서 ‘선글라스 맨’을 옆에 데리고 세계 각국의 TV 카메라 앞에 나타났던 김만복 국정원장은, 소말리아 피랍 선원들을 위해서는 국내에서조차 한 번도 TV 카메라에 나섰던 것을 본 기억이 없다. 해적들과 석방 협상을 벌이고 있는 마부노호 선주 안현수씨는 우리 외교부 관계자가 협상 거점인 케냐의 나이로비에 나타난 것은 선원들이 납치되고 1개월이 훨씬 더 지나서였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해적들과 인질 석방금 규모를 사실상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해적들에게 돈을 주고 인질을 돌려받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선뜻 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가 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면 그런 비인간적 관료놀음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그런 모습에 우리 사회의 낮은 곳에서 어렵고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은 절망한다.

    한국노총은 산하의 해상노련, 시민단체들과 함께 피랍선원 구출을 위한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오죽 정부가 못 미더웠으면, 국가가 없는 국민들이나 할 일들을 벌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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