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먼저 읽겠습니다.”

25일 오전 11시 국립발레단에서 열린 인사위원회. 패션잡지 ‘보그(Vogue)’ 10월호 한국판에 ‘the one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플, 발레리나 김주원과 한국 무용가 이정윤’이라는 이름으로 상반신 누드 사진이 실려 논란을 부른 발레리나 김주원(30·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은 준비해 온 소명서(A4 1장)를 꺼냈다. 앞에는 발레단의 박인자 단장, 박종숙 사무국장, 김준영 감사, 김학자 이사 등이 앉아 있었다.

“…순수예술(발레)에 대한 관심을 높일 기회라고 생각하고 참여(누드 사진 촬영)했는데 이런 파장을 낳을지 몰랐습니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유감스럽습니다. 발레단에 미안합니다….”

지난해 발레리나 최고의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여성 무용수상을 차지했던 발레리나는 소명서를 읽으며 몇 차례 울먹였다고 한다. 인사위원회에 참석했던 김학자 한국발레협회 전 회장은 “김주원 같은 무용수 하나 키우는 데 10년 이상 세월이 걸리고, 일이 커진 것을 덮어둘 수만은 없어 괴로웠다”고 말했다.

▲ 발레리나 김주원

이날 인사위원회는 김주원이 국립발레단 단원 신분으로서 발레단 허락도 없이 외부활동에 참여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징계 수위를 정하는 자리였다. 문제의 사진들이 예술이냐 아니냐는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인사위원회는 “김주원이 반성하고 있고, 발레단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한 점 등을 감안해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는 31일 ‘춘향 & 뮤자게트’ 공연을 앞두고 있는 김주원은 이날 “연습에 전념하겠다”며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주원 누드’는 그가 한물간 연예인이나 주목 받고 싶어하는 신예도 아닌 발레계의 최고 스타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무용계에서 누드 사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10여 년 전 무용전문 사진작가 최영모씨가 낸 사진집엔 김인희, 제임스 전, 박호빈, 안은미, 홍승엽씨 등의 나체가 등장한다”며 “김주원의 누드는 그때에 비하면 그리 쇼킹하지 않다”고 말했다. 발레리나가 누드 사진을 찍는 것 자체는 자유지만, ▲단체의 허락을 받지 않은 점 ▲대중패션잡지라는 점 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많은 무용수들은 “내 몸을 여과 없이 기록하고 싶었다”는 김주원의 말에 공감한다. 근육이 생기지 않는 한국무용, 근육이 있어도 섬세하지 않은 현대무용과 달리 발레 무용수는 섬세한 근육이 많기 때문이다.

한편 ‘보그’ 편집실은 “10월호에서 김주원의 누드는 독자 반응이 압도적으로 좋았다”며 “현대예술에서 일상화된 그 정도 표현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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