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도예의 ‘틀’을 깨야 세계무대 선다”

조선일보
  • 이규현 기자
    입력 2007.10.21 23:53 | 수정 2007.10.22 02:40

    신상호 前 홍익대 미대 학장 개인전 앞두고 미술교육 비판
    “미술대학 각 학과도 없애야”

    “대학에서 미술교육을 잘못 받았어요. 그래서 억울하고, 그렇게 배웠기에 저도 모르게 잘못 가르쳤던 게 마음 아파요.”

    홍익대 미대를 나오고 미대 학장까지 지낸 도예가 신상호(60)씨가 “우리나라 대학 미술교육이 크게 잘못돼 있다”고 선언했다. 현재 클레이아크(Clayarch) 김해 미술관장인 그는 15일 미술관에서 시작한 개인전(내년 3월 30일까지·055-340-7000)을 앞두고 서울에 올라와 기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우리 미술교육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의 비판은 거침이 없었다.

    “학교에서 도예는 우리 전통의 계승이라며 옛것을 따라 하도록 하는 판에 박힌 교육을 받았고, 그렇게 가르쳤어요. 아티스트는 각각 개인이지 단체가 아닌데, 단체 주입식 교육을 받은 거예요. ‘전통 계승’이라고 말만 잘 포장해서.”
    ▲ 신상호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장은“40년 넘게 흙을 만지면서 단 한번도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흙을 구우며 산 인생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김해=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홍익대 미대에서 지난 50년간 세계적인 작가가 왜 하나도 안 나왔겠어요. 그런 주입식 교육이 문제예요. 백남준이 왜 세계적인 작가가 됐겠나 생각해보세요. 자유로웠기 때문이에요. 궁극적으로 미대의 각 학과를 없애고 통합 아티스트 교육을 해야 하는데, 안 됐어요. 제가 학장 하는 동안 그런 시도를 많이 했지만 안 되더라고요. 각 과별로 조직의 힘이 대단해서 그걸 허무는 게 도저히 안돼요.” 그는 “예술은 기술 중심에서 창의력 중심으로 바뀐 지 오래 됐는데, 대학에서는 아직도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반기를 든 그는 90년대부터 그릇의 형태를 버렸다. 도예를 변용해 ‘딴 짓’을 하는 대표적인 작가가 됐다. 최근에는 도예작품을 건축재료로 쓰는 ‘도자건축’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두께 1㎝ 정도의 세라믹 판 위에 그림을 그리고 굽기를 반복하면 깊이 있는 색을 띠는 ‘도자회화(불 그림·fired painting)’가 된다. 그는 이를 건축외장 재료로 쓴다.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의 외벽은 타일처럼 생긴 그의 도자회화 5000장으로 덮여 있다.

    그는 “흙에 과학을 집어 넣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흙에는 폭발적인 가능성이 있는데 전통 도예만 고집할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그의 작품 세계를 세 개의 주제로 나누어 보여준다. ‘아프리카의 꿈(Dream of Africa)’, ‘구조와 힘(Structure & Force)’, ‘도자회화(Fired Painting)’라는 주제 아래 작품 100여 점을 냈다. ‘아프리카의 꿈’은 1995~1996년 영국왕립미술대학 방문교수로 갔을 때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그 때 빚은 동물 형상은 아프리카에서 나왔지만, 상상이 가미됐다. 양의 뿔에 말의 얼굴을 하는 식으로 상상 속에서 다시 만들어진 작가 신상호만의 동물이다.

    틀 안의 도예냐,틀 밖의 도예냐? '틀'을 깨면 그 답이 나온다.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도예가 신상호 관장의 새로운 도예전, '도자건축'의 세계를 엿본다. /김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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