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기자에서 ‘정치 엘리트’로… 대선 2번째 도전

조선일보
  • 황대진 기자
    입력 2007.10.16 00:50 | 수정 2007.10.16 02:40

    73년 서울대 재학 중 긴급조치 위반 구금
    DJ가 정계 발탁… 96년 총선 전국 최다 득표
    동교동계 정풍운동, 열린우리 창당 주도
    통일부 장관때 방북… 金위원장 만나기도

    15일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정동영(鄭東泳) 후보가 가장 좋아하는 영어 단어는 ‘dream(꿈)’이다. ‘스타 기자’에서 ‘정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 후보는 2002년 민주당 경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올해에는 본선 무대에까지 올라 그간 키워온 ‘대통령의 꿈’에 도전한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정 후보는 1953년 7월 27일 전북 순창에서 태어났다. 그는 강연 등에서 “공교롭게도 휴전 협정일에 태어났다. ‘평화 대통령’이 되라는 운명인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그의 유년기는 평화롭지 않았다. 6·25 때 형 4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그의 아버지 정진철씨는 6·25 후 정치에 입문, 전북 도의원을 지내다 정 후보가 고등학생이던 70년 사망했다.

    정 후보는 유신이 선포된 72년 서울대 국사학과에 입학했다. 73년 서울대 문리대생들의 데모에 참가했다가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치소에 구금됐고, 이듬해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군에 강제징집되기도 했다. 정 후보의 어머니 이형옥씨는 이 무렵 동생 3명과 함께 상경했다. “구치소에 드나드는 아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정 후보 가족들은 서울 사근동에 방 한 칸을 얻어 재봉틀을 들여놓고 아동복 바지를 만들어 동대문 평화시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이었다고 한다. 정 후보는 “매일 늦잠을 잤는데, 어느 날 새벽시장에 나간 어머니가 버스에서 낙상(落傷) 사고를 당했다. 그 이후로 늦잠을 자지 않았다”고 했다. 정 후보는 “나는 지금도 평화하면 ‘피스(peace·평화의 영어단어)’보다 평화시장이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 정동영(왼쪽)후보의 군 복무 시절. 정 후보는 1974년 서울대 재학 중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강제징집돼 경기도 부천에 있는 육군 17사단에서 복무하다 병장으로 제대했다.


    ◆결혼과 MBC 입사

    정 후보는 81년 부인 민혜경씨와 결혼할 때 “기자 사위는 안 된다”는 장인·장모의 반대를 꺾기 위해 민씨를 설악산으로 이틀간 ‘납치’해 결혼에 성공했다. 정 후보가 연애 시절 친구인 황지우 시인(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과 함께 숙명여대 기숙사 앞에 개나리 꽃을 들고 찾아가 “민혜경 나와라”고 외쳤다는 일화도 있다.

    정 후보는 78년 MBC에 입사, 정치부 기자로 국회와 총리실, 통일부 등을 취재했다. 방송 기자의 꿈인 9시 뉴스의 주말 앵커를 맡는 등 성공을 거뒀다.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는 10시간동안 현장 생방송을 하기도 했다. 이때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스타기자로 발돋움했다.

    ▲ 정동영 후보가 MBC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보도국에서 동료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치입문 후 승승장구

    71년 가을, 당시 전주고 3학년이던 정 후보는 오후 수업을 빼먹었다. 전주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신민당 대선 후보 시국강연회에 간 것이다. 김대중·김영삼·이철승 후보 등이 ‘40대 기수론’을 막 내걸었을 때였다. 그는 자신의 책 ‘개나리 아저씨’에, “김대중 후보의 웅변에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고 썼다. 그로부터 25년 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의 이미지 쇄신에 기여할 인물”이라며 그를 정계에 입문시켰다. 그는 96년 총선에서 전북 덕진에서 전국 최다 득표(9만7858표)를 기록, DJ의 기대에 부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초선인 그에게 당 대변인을 맡기고 매일 아침 일산 자택으로 불러 정치를 가르쳤다. 그는 2000년 재선에 성공한 후, ‘신(新)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돼 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 정동영 후보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직후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노무현 후보 당선자의 선거대책위원회 국민참여운동본부 행사에서 노 후보와 함께 대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민주당 정풍운동

    정 후보는 2000년 말 당시 권력을 좌지우지하던 김 전 대통령의 가신 그룹 모임인 ‘동교동계’에 대항해 정풍(整風)운동을 시작했다. 정치 입문 후 첫 번째 도전이자 시련이었다. 2000년 12월 청와대 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 후보는 당시 권력의 2인자로 여겨졌던 권노갑 민주당 최고위원의 퇴진을 주문했다. 권 최고위원은 열흘 만에 당직을 사퇴했고,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두 번째 시련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다. 그는 1승 15패의 성적으로 경선을 완주했다. 정 후보는 “매주 말 경기가 열릴 때마다 링 바닥에 다운당하는 느낌이었다”며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회고한다. 노무현 후보는 2002년 대선 전날 “차기(次期)에는 정동영·추미애도 있다”고 말해 정몽준 의원이 단일화를 파기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 정동영 후보의 가족 사진. 왼쪽부터 정 후보, 큰아들 욱진, 둘째아들 현중, 부인 민혜경, 모친 이형옥씨. 모친은 2005년 작고했고, 두 아들은 현재 군 복무 중이다.

    ◆열린우리당 창당과 해체

    정 후보는 노무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민주당 분당(分黨)과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으로 나섰다. 그는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창당 5개월 만에 치러진 2004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152석)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선거 직전 이른바 ‘노인 폄하’ 발언으로, 당 의장직과 전국구 비례대표 의원후보직을 다 내놓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는 총선 직후 곧바로 통일부 장관에 발탁됐고 이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도 맡아 ‘노무현 정부의 2인자’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통일부장관이던 2005년 그는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정 후보는 작년 2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당 의장으로 다시 선출되면서 정계에 복귀했으나, 6월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1년여의 와신상담 끝에, 대통합민주신당의 창당 주역으로 다시 나서 대통령후보까지 거머쥐었다.


    ◆정동영 연표

    ▲1953.7.27 전북 순창 출생
    ▲1965.2 전주 초등학교 졸업
    ▲1968.2 전주 북중학교 졸업
    ▲1971.2 전주고등학교 졸업
    ▲1972.3 서울대 문리대 국사학과 입학
    ▲1973 유신반대 긴급조치 구금
    ▲1974 민청학련 연루 강제 징집
    ▲1974.10~77.6 육군 제17사단 근무. 병장 전역
    ▲1978.12 문화방송(MBC) 보도국 입사
    ▲1981.6.14 민혜경씨와 결혼
    ▲1987 영국 웨일스대 대학원 저널리즘학 석사
    ▲1989 MBC LA특파원
    ▲1995 MBC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
    ▲1996.4 15대 총선 당선(전주 덕진)
    ▲2000.4 16대 당선(재선)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완주(노무현 후보 승리)
    ▲2003.11~2007.6 열린우리당 창당 및 당 의장 2번 역임
    ▲2004.6 통일부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2007.7.3 대통령 후보 출마선언
    ▲2007.10.15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로 선출


    ◆정동영 프로필

    출생지: 전북 순창
    본적: 전북 순창군 구림면 율북리 544
    혈액형: A형
    신장: 168㎝
    체중: 68㎏
    종교: 가톨릭
    가족관계: 부인 민혜경(52)씨와 두 아들 욱진·현중
    좌우명: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되 같은 것을 지향한다)
    취미: 축구·등산
    존경하는 인물: 백범 김구, 다산 정약용
    좋아하는 음식: 김치찌개, 햄버거
    싫어하는 음식: 탄산음료
    좋아하는 :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
    주량: 소주 1병
    외모 중 자신없는 곳: 나이가 들면서 정수리에 숱이 적어져 모발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장점: 매사에 긍정적
    단점: 얼굴 표정에 심정이 드러난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 정직함, 성실함, 인간관계
    휴대폰 컬러링: 윤도현 밴드의 ‘철망 앞에서’
    내일 지구가 끝난다면: 군대 있는 두 아들 면회
    화났을 : 말할 때 제스처가 커진다.
    습관: 말이 원하는 대로 안 되면 귀를 만진다.
    직업을 바꾼다면: 역사학자
    애창곡: 양희은의 ‘아침이슬’
    재산: 13억46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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